존슨앤드존슨 2조5천억원 '철퇴'…발암제품 팔았다가 배상판결

입력 2020-06-24 09:46
존슨앤드존슨 2조5천억원 '철퇴'…발암제품 팔았다가 배상판결

미법원 "석면위험 미리 알았다" 소비자 안전괄시에 징벌

원고 여성환자들 "업계 각성 위해선 충분한 배상금 부과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존슨앤드존슨이 암을 유발하는 석면 성분이 포함된 자사 제품을 사용하다 희소 암에 걸린 여성들에게 거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미국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주리주 항소법원은 23일(현지시간) 존슨앤드존슨의 대표 상품인 베이비파우더를 비롯한 탤크(활석) 함유 제품을 사용하다 난소암에 걸린 여성 등 원고에게 21억달러(약 2조5천억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960년대부터 작성된 기업 내부 문건에 탤크 제품이 발암 성분이 있는 석면을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적시돼있었다는 점, 그런 위험성이 있음에도 이러한 제품들이 '황금알' 등 긍정적인 이름으로 불려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증거로 볼 때 이윤을 위해 피고가 자사 제품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소비자 안전을 무시했다는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배상금으로 5억달러(약 6천억원), 징벌적 손해배상금으로 16억2천만달러(약 2조원)를 판결했다.

다만 이는 2018년 7월 원고에게 47억달러(약 5조7천억원)의 배상액을 지급하라는 평결에서 절반 이상 줄어든 액수다.

원고 측 대리인인 마크 러니어 변호사는 "민사소송에서는 기업에 (징벌적) 배상금을 부과하는 것밖엔 할 수 없다"면서 "충분한 배상금이 부과돼야 업계가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러니어 변호사는 이번 소송의 원고 6명이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고, 2018년 배심원 평결 이후 5명이 또다시 사망했다면서 소비자들에게 집에 있는 베이비 파우더를 폐기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존슨앤드존슨 측은 판결에 불복하면서 미주리주 대법원에 이번 판결에 대한 추가 검토를 요청할 예정이며, 계속해서 자사 제품의 안전성을 변호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전역에서는 존슨앤드존슨의 석면 성분 함유 제품과 관련해 지난 3월까지 약 2만 건에 달하는 소비자 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존슨앤드존슨은 제품 내 석면 검출 원인으로 원고 측이 조악한 실험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으나, 난소암에 걸린 여성들은 기업이 잠재적인 발병 위험을 알면서도 소비자에게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에 존슨앤드존슨은 지난달 북미 지역에서 더는 탤크를 이용한 베이비 파우더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해당 지역을 제외한 세계 각국에서는 여전히 시판되고 있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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