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트럼프 '불쑥 왔다갔다 제멋대로' 코로나 대응에 기겁"(종합)
폭스·WP 인터뷰…"저항않은 까닭? 백악관 생활 '웨스트윙' 아냐"
"트럼프-바이든 대선 끔찍…트럼프, 공화당 주류에 한참 모자라"
"참은 게 실수일 수도"…2024년 대선출마 가능성엔 "전혀 아니다"
(워싱턴·서울=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윤고은 기자 =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언제든 어떤 결정이든 가능하다. 그게 끔찍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그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방식이 내가 품은 일종의 두려움을 정확하게 설명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회고록 출간에 맞춰 미국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방식이 돌발적이고 일관성이 없으며, 산발적이고 효과적이지 않았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는 이보다 훨씬 심한 위기가 닥칠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고편일 뿐"이라고 경고했다.
◇ "트럼프, 언제든 어떤 결정이든 가능"…"트럼프-바이든 대결 이번 대선 끔찍"
볼턴 전 보좌관은 오랫동안 사임을 생각했다면서 사임의 결정적 계기는 작년 9월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반군 세력인 탈레반과 평화협정 협상을 위해 탈레반 대표단을 대통령 휴양시설인 캠프데이비드에 초청하려 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차이에 대해 "바이든은 견해가 있지만 트럼프는 견해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그는 둘 중 외교에서 누가 더 나을 것 같냐는 질문에는 "두 사람 모두에 대해 우려한다"면서 "내 관점에서 이번 대선은 끔찍한 선거"라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실컷 비판을 해놓고는 정작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나는 실수를 많이 했다"면서도 "나는 최선을 다했고 다시 기회가 주어지면 다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강경한 외교노선에 대해 "내가 옹호하는 그런 종류의 안보정책이 공화당의 주류의견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트럼프는 거기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게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 "백악관 생활은 드라마 '웨스트윙' 아냐…대통령과 극적 대립 없어"
볼턴 전 보좌관은 또 이날 워싱턴포스트(WP)가 주최한 화상 대담에 출연, 대통령에게 적극적으로 맞서지 않은 것이 실수였을지도 모른다면서도 백악관 생활은 드라마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내 일에 집중하려고 했다. 외부에서 그게 잘못됐다고 말하는 건 쉽다. 그리고 아마 실수한 것인지도 모른다"면서 "내가 한 것은 나라와 백악관을 정책의 관점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려는 목적에 따른 것이었다고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볼턴은 또 "트럼프 대통령은 듣고 싶지 않은 비판을 쳐내는 데 매우 능하고 백악관에서 일하는 건 '웨스트윙' 같지 않다. 대통령과 극적으로 대립하는 일은 없다"라고도 했다.
웨스트윙은 1999∼2006년까지 방송된 미국 드라마로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백악관 서관을 드라마 제목으로 내세워 백악관의 속살을 다루며 인기를 끌었다.
◇ "폼페이오, 트럼프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도 설득하려 안 해"
볼턴 전 보좌관은 2024년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냐는 질문에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전혀 아니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WP는 회고록 출간 의도를 두고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백악관 생활 초반의 가장 충격적 사건으로 벨기에 브뤼셀에서 있었던 2018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꼽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거의 나토를 탈퇴할 뻔했다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이 대통령을 말리느라 고생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민주당이 추진한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왜 의회 증언을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민주당이 당시 당파적으로 움직이는 걸 지켜보면서 거기에 뛰어드는 게 실수일 거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을 직에서 내려오게 하는 게 목표였다면 그들(민주당)은 180도 잘못된 방식으로 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폭스뉴스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비난받을 행동을 많이 했다. 그러나 그 모든 게 탄핵감은 아니다"라며 민주당의 전략이 한참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볼턴은 폼페이오 장관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 중국, 이란 등과 관련한 안보 문제에 있어 종종 자신과 견해를 공유했으나 정작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볼턴은 "그(폼페이오)는 대통령이 잘못된 방향으로 간다고 생각할 때도 대통령을 설득하려는 노력도, 명백히 문제가 되는 것을 고치려는 노력도 중단해버렸다"면서 "나는 그의 정치적 미래가 트럼프 행정부와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백악관 메모 다 불태웠지만 '기억력이 좋아' 회고록 집필"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은 이날 공식 출간됐다. 볼턴 전 보좌관은 미 주요 언론과 잇따라 인터뷰를 하며 홍보에 열중하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그가 지난해 탄핵국면에 의회 증언을 하지 않고 뒤늦게 '회고록 장사'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편 메모광으로 유명한 볼턴은 '백악관에서 기록했던 메모들을 불태웠다면서 어떻게 500쪽에 달하는 회고록을 썼냐'는 질문에 "내가 기억력이 좋다"고 답했다.
이에 '메모를 태워버린 게 대통령 기록물 보관법을 위반한 게 아니냐'는 정반대의 질문을 받자 "그럴만한 기록들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nar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