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압력 있었나…광고 끊긴 홍콩 반중신문 적자 '눈덩이'
홍콩시위 사태 후 빈과일보 광고 '실종'…대만 직원 140명 해고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의 대표적인 반(反)중국 성향 신문인 빈과일보의 적자 폭이 커져 대규모 해고 사태까지 빚어졌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3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빈과일보의 모회사이자 홍콩거래소 상장기업인 넥스트 디지털은 2019∼2020년 회계연도의 순손실이 4억1천530만 홍콩달러(약 648억원)으로 전년도보다 적자 규모가 커졌다고 공시했다.
홍콩과 함께 대만에서 빈과일보를 발행하는 넥스트 디지털은 대만 직원 140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이는 대만 직원 전체의 13%에 해당한다.
경영이 악화하면서 넥스트 디지털의 전체 직원 수는 지난 1년 동안 216명 감소했다.
회사 측은 "수익 악화는 미·중 무역갈등, 홍콩 시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으로 '퍼펙트 스톰'이 닥쳤기 때문"이라며 "험난한 미래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빈과일보는 홍콩 언론계의 거물이자 대표적인 반중 인사인 지미 라이(黎智英)가 소유한 신문이다.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Giordano)를 창업한 지미 라이는 1989년 중국 정부의 6·4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유혈진압에 충격을 받아 1995년 빈과일보를 창간, 언론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빈과일보는 중국 지도부의 비리와 권력투쟁 등을 적극적으로 보도해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 매체로 떠올랐다. 지난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때는 경찰 폭력 등을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송환법 반대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빈과일보 지면에서는 광고를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이는 빈과일보 경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는데, 빈과일보에 광고가 끊긴 것은 중국 당국의 압력 등으로 광고주들이 빈과일보에 광고 게재를 꺼리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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