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애플 앱스토어 7월부터 '무면허 게임' 삭제

입력 2020-06-23 10:52
중국 애플 앱스토어 7월부터 '무면허 게임' 삭제

중국, '판호장벽' 틈새까지 철저히 봉쇄…한국 게임사들도 영향

시진핑 집권 후 게임규제 강화…사드 후엔 한국게임 판호 중단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내달까지 미국 기업인 애플이 운영하는 중국 앱스토어에서 최소 수천개에 달하는 '무면허 게임'들이 대거 삭제될 전망이다.

지금껏 애플의 중국 앱스토어는 판호(版號) 규제가 닿지 않는 틈새 공간으로 여겨졌는데 중국 당국이 이런 작은 틈마저 용납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판호란 중국 정부가 내준 게임 유통 허가번호다.

23일 신랑재경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애플은 게임 개발·유통사에 내달부터 판호가 있는 게임만 중국 앱스토어에서 유통될 수 있다고 고지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애플 중국 앱스토어에 등록된 모바일 게임 6만여개 가운데 최소 수천개, 많게는 수만개가 판호 없이 서비스를 제공 중인 것으로 추산한다.

중국 시장에서 유료 또는 인앱 구매가 이뤄지는 게임을 유통하려면 원칙적으로 중국 정부가 내준 판호가 있어야 한다.

애플 것을 제외한 중국의 여러 앱스토어들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판호가 없는 게임이 등록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애플은 중국 앱스토어 게임 등록 과정에서 해당 게임이 판호를 획득한 게임인지를 엄밀히 검증하지는 않았다.

중국 당국은 같은 미국 기업인데도 자국 이용자들의 구글의 플레이스토어 접속을 원천 봉쇄한 반면 애플 앱스토어는 접근이 가능하도록 허용하는 등 전반적으로 애플에 더욱 우호적인 정책을 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애플의 중국 앱스토어는 중국 정부로부터 정식 영업 허가를 얻지 못한 외국 기업들의 모바일 게임이 유통되는 '해방구' 역할을 했다.

거꾸로 중국 이용자들은 자국 정부의 규제로 즐길 수 없는 게임을 애플 중국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받아 즐길 수 있었다.

애플의 미등록 게임 유통 관리 강화는 중국 정부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앞서 중국 게임 규제 당국인 광전총국은 이런 공백을 막고자 애플에 올해 6월 말일을 데드라인으로 주고 미등록 게임 정리를 요구한 바 있다.

이번 규제 강화로 정식 판호를 얻지 못한 채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모바일 게임 영업을 하던 중국 안팎의 일부 게임사들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폭력적인 장면 묘사가 포함돼 앞으로도 중국에서 정식 판호 발급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락스타 게임즈의 '그랜드 테프트 오토'(GTA) 같은 유명 게임이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아울러 일부 한국 중소 게임사들도 중국의 판호 규제를 우회해 애플 중국 앱스토어에 게임을 올려 영업을 해왔다는 점에서 일부 영업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앱스토어에서 거래되는 거래액의 일정 부분은 애플이 수수료로 가져가 애플 역시 수천개의 게임이 삭제됐을 때 수익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작년 기준 애플 앱스토어 거래액은 610억 달러에 달한다. 중국 시장 비중은 20%에 달해 이미 미국에 이은 세계 두번째 앱스토어 시장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후 중국은 청소년 보호 등 명분을 앞세워 자국 내 게임 시장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 당국이 오락 분야인 게임까지도 국민의 '사상 통제' 범위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게임 통제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중국 지도부의 최대 골칫거리 중 하나가 된 가운데 최근 일부 닌텐도 게임 이용자들이 유명 게임 '동물의 숲' 안 세계에서 '홍콩 해방' 등 정치적 구호를 내걸었다가 중국에서 '동물의 숲' 판매가 한동안 금지됐던 일화도 있다.

중국은 또 외국 업체들에는 판호를 간헐적으로 발급하면서 자국 시장의 문호를 활짝 열지 않고 있다. 이런 탓에 중국 게임 시장이 텐센트와 넷이즈 등 중국 업체들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특히 중국 당국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이후 한국 게임 업체들에는 판호 발급을 해주지 않고 있어 우리 게임 업계는 '사드 보복' 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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