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판문점회동 직전 '김정은에 '대선後회담' 요청할수도'"

입력 2020-06-22 11:59
수정 2020-06-22 15:01
"트럼프, 판문점회동 직전 '김정은에 '대선後회담' 요청할수도'"

볼턴 회고록 "문대통령 '김정은, 설치된 핫라인에 간 적 없어' 고백"

"문대통령 '北, 한국은 미국 편 인식'…남북 의미있는 대화 못 이뤄져"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판문점 회동' 직전 문재인 대통령에게 '다음 북미정상회담은 미국 대선 이후에 하자고 요청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오는 23일 발간되는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 이날 판문점 회동에 앞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도중 문 대통령이 '북한과의 실무급 협상은 항상 매우 어렵지만, 인내심을 갖고 접근한다면 결실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난데없이 이같이 반응했다고 밝혔다.

회고록대로라면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합의가 담보되지 않는 한 정상회담을 서두르지 않되 김 위원장에게 다음 만남의 시간표를 제공함으로써 대선 때까지 상황관리를 하겠다는 뜻으로도 보인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그런 언급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때 비밀경호국(SS) 국장을 향해 손짓해 주변에서는 판문점 회동과 관련한 질문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와 장녀 이방카 트럼프 부부가 왜 그 자리에 없는지 물어보기 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이에 한국 측 관계자들도 당황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

오찬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이 퇴장한 뒤 김 위원장이 자신을 몹시 만나고 싶어한다고 되풀이하면서 미국 측 인사들에게 김 위원장이 왜 판문점 회동에 한국 측이 참석하길 원하지 않는지 물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 편을 들기 때문에 자신들이 불리한 위치에 놓일 것이라는 인식에 따른 북한의 경직성 때문에 남북 간에 의미 있는 대화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답한 것으로 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주고 있는 도움을 강조하면서 김 위원장과의 회동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문 대통령에게 알리겠다고 말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국이 김 위원장과의 '핫라인'을 설치했고 그것은 조선노동당 본부청사에 있으나 김 위원장이 거기에 간 적이 없으며 주말에 그 전화가 작동한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

청와대와 북한 국무위원회를 연결하는 핫라인은 1차 남북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둔 2018년 6월 20일 개통됐다. 당시 청와대는 설치 완료 직후에 4분 19초 동안 북측과 시험통화를 하기도 했다.

이후 2018년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 등 굵직한 이벤트가 벌어질 때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핫라인을 사용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으나, 청와대는 아직 핫라인 통화가 이뤄졌다고 밝힌 적은 없다.

북한은 지난 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 통신 연락선을 완전 차단·폐기하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미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체제보장을 원한다는 쪽으로 논의를 돌리려고 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은 중국이나 러시아가 아닌 오로지 미국으로부터의 체제 보장을 원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우리가 이미 한국의 안전을 보장했지만 돌아온 게 없다'는 언급도 한 것으로 회고록에 돼 있다.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짧지만 매우 성공적인 만남이 될 것이라면서 이는 문 대통령에게도 매우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한국 사람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존경하고 좋아한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인기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우쭐해 했다고 한다. 자신이 대통령이 된 이후 한국에서 얼마나 많은 게 달라졌는지도 강연하다시피 했다고 볼턴은 회고록에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트윗을 통해 만나기로 합의한 것은 '큰 신호'라며 자신 외에는 누구도 어떻게 그에게 닿아야 할지 알지 못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hanks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