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팬 "Z세대 승리" 선언에 트럼프 캠프 "너네 때문 아냐"
털사 유세 흥행참패에 청년들 틱톡서 "Z세대는 막을 수 없다" 자축
트럼프 캠프 "코로나19·인종차별반대시위로 아이동반 가족들 불참 영향"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0일 만에 재개한 대선 유세가 흥행에 참패한 데 대해 K팝 팬 등 10대들이 "Z세대는 막을 수 없다"면서 승리를 자축했다.
Z세대는 1997년 이후 출생한 신세대를 의미한다.
반면, 트럼프 선거캠프는 K팝팬 등 악플러들이 대선 유세 흥행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일축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공포와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탓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유세장 안팎에 100만명이 넘게 올 것이라던 트럼프 대통령의 장담과 달리 참석자가 6천200명에 불과했던 원인 중 하나로 10대 청소년과 K팝팬들의 '노쇼' 집단행동이 꼽힌다.
세계 10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동영상 중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틱톡(TikTok)에서는 온라인으로 유세에 가겠다고 예약하고 '노쇼'하라는 독려가 잇따랐다.
중국 기업 소유인 틱톡은 통상 '정치적 행동'보다는 춤추는 10대들을 위한 플랫폼으로 알려져있다.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를 펼친 털사의 1만9천석 규모 BOK센터 곳곳에 빈자리가 보이자 틱톡에서는 자축이 이어졌다. 한 청년은 틱톡에 "Z세대는 막을 수 없다"고 글을 올렸다.
10대 중심의 틱톡에서 1천명의 팔로워를 거느리며 활발한 활동을 하는 51세의 메리조 로프 씨는 "1만9천석이 거의 채워지지 않거나 완전히 비어있기를 원하는 사람은 당장 표를 예매합시다"라면서 "무대에 그(트럼프 대통령)를 홀로 세워둡시다"라고 독려했다고 CNN에 밝혔다.
그러자 춤과 웃긴 동영상, 학교 운동장에서 장난치는 동영상과 나란히 로프씨의 즉석제안은 그 자체로 도전이 됐다. 트럼프의 선거 유세에 등록하는 인증 영상 올리기가 잇따랐고,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를 통해서도 수천개의 '좋아요'가 달렸다
.
25만여뷰를 기록한 한 동영상은 콕 집어 K팝 팬들에게 이 캠페인 참여를 독려했다고 CNN은 전했다.
K팝 팬들은 소셜미디어 세력으로 작년 한 해에만 60억개가 넘는 트윗을 올렸을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캠프는 이러한 10대들의 승리 선언을 일축했다.
브래드 파스케일 트럼프 재선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은 "좌파와 악플러들은 자기들이 집회 참가인원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며 승리를 기념하고 있지만, 우리 집회의 작동방식을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유세 집회에 등록을 했다는 것은 휴대전화 번호와 함께 참가 회신을 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우리는 참가 가능 인원을 계산할 때 털사 유세에서 수천 명을 솎아냈듯 지속해서 가짜 참가자를 제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들의 가짜 티켓 신청은 우리의 고려요소가 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파스케일 선대본부장은 폭스뉴스에 "코로나19와 인종차별 반대시위 등 때문에 유세에 가지 말라는 가짜 뉴스 미디어의 경고, 최근 각 지역에서 격화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가족과 아이들이 유세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데 실질적인 영향을 줬다"면서 "일부 시위대는 유세장으로 들어가는 출입구를 막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디어가 이제 그들이 만들어낸 공포를 자축하는 것은 혐오스럽지만, 전형적"이라며 "그들은 프로로서 최소한의 일도 하지 않는데 왜 우리가 그들에게 행사취재자격을 주는 수고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캠프 한 관계자는 CNN에 "지난 4차례의 선거에서 투표한 30만명의 공화당원이 등록했었다"면서 "이들은 (틱톡하는) 애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폭력적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대한 공포 때문에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이 오지 않았다는 게 명백하다"며 "보통 유세에는 수천 명의 가족이 온다"고 말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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