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싱가포르서 남북미 정상회담 원해…북은 무관심 반응"
볼턴 회고록…"트럼프, 백악관서 북 김영철 만났을때 한미훈련 축소 희망 언급"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한국이 2018년 6·12 싱가포르 첫 북미정상회담 때 남북미 3자 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했지만 북한에서도 관심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장했다.
대표적 '대북 강경파'인 볼턴 전 보좌관은 당시 종전선언이 북한의 제안이라고 생각했다가 나중에 한국의 의제라는 의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도 드러냈다.
볼턴은 오는 23일(현지시간) 출간하는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 싱가포르 회담 준비 과정의 비화를 소개했다.
◇ "트럼프, 김영철 만나 군사훈련 축소 희망 언급"
볼턴은 2018년 6월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기 위해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 당시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에게 한미 연합 군사훈련 축소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볼턴은 이 예방에 배석한 존 켈리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의 설명에 근거해 김 부위원장이 예방 당시 새롭거나 달라진 어떤 입장을 내놓은 것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미 군사훈련을 축소하길 원한다면서 이 훈련이 얼마나 호전적이고 비용이 많이 드는지에 대해 말했다고 한다.
볼턴은 김 부위원장 입장에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한반도에서 미국의 군사적 능력이 북한과 협상 대상에 올라갈 수 있다는 말을 들은 것이어서 이 발언이 최악의 지점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 발언이 미군의 강력한 주둔에 근거한 문재인 대통령의 '햇볕정책'도 잘못되게 할 수 있는 양보라고 봤다.
그러나 볼턴은 놀랍게도 북한과 초기 대화에서 경제 제재는 부차적인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이는 북한이 경제적 압박보다 미국의 군사력을 더 걱정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제재가 생각보다 효과적이지 않음을 시사하는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김 부위원장의 예방을 받은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볼턴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볼턴은 실질적 내용이 없다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는 과정이다"라며 싱가포르 회담을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했다고 한다.
볼턴은 이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도달할 때까지 제재 완화나 종전 선언을 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볼턴은 이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해 김 부위원장과 면담에 대해 브리핑했다.
정 실장은 문 대통령이 결과물에 대해 기뻐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하게 "하나의 절차"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볼턴은 정확히 우려했던 한국의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 "한국, 남북미 3자 회담 원해…북한도 관심 없다 반응"
볼턴은 문재인 대통령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참여를 원했다고 회고록에 수차례 적었다.
회고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이튿날인 4월 28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판문점에서 남북미 3자 회담 직후 북미 정상이 회담할 것을 주장했다고 한다.
또 5월 22일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볼턴이 정의용 실장을 만났을 때 정 실장은 한국이 여전히 북미 회담 후 3자 회담을 위해 싱가포르에 있길 희망했다고 볼턴은 적었다.
볼턴은 당시 논의에서 또다른 중요한 과제는 종전선언 부분이었다고 기억했다. 볼턴은 처음에 이 의제가 북한의 생각이라고 봤지만 나중에는 문 대통령의 생각이라는 의심을 시작했다고 썼다.
볼턴은 "종전선언은 문 대통령의 통일 어젠다를 지지하는 것이었고, 이를 수용하지 않을 또다른 좋은 이유가 됐다"며 실질적으로 종전 아이디어는 좋게 들린다는 것 외에 아무런 합리성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북한도 싱가포르 3차 회담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게 볼턴의 주장이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5월 30일 뉴욕에서 폼페이오 장관을 만났을 때 문 대통령이 필요하지 않으며 3자 회동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볼턴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5월 26일 판문점에서 깜짝 회담한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 시선을 드러냈다.
정 실장은 볼턴에게 연락해 문 대통령이 당시 김 위원장에게 미국은 '행동대 행동'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이 비핵화 개념에서 상당한 진전을 보인다면 미국의 정치적 보상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한다.
볼턴은 이에 대해 "내 관점에서 우리가 문 대통령이 이슈를 협상하는 일에서 빠질 필요가 있는 이유를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jbry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