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하노이 후 김정은 데려다주겠다 제안…'대단한 그림'"

입력 2020-06-22 04:22
수정 2020-06-22 09:18
"트럼프, 하노이 후 김정은 데려다주겠다 제안…'대단한 그림'"

볼턴 회고록 "트럼프, '영변 폐기' 金 제안에 장거리미사일 제거도 포함 역제안"

"'미 전함이 북 영해 들어오면 어쩌냐' 김정은 우려에 트럼프 '전화하라'"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초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비행기로 평양까지 데려다주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변 핵시설 폐기라는 당시 김 위원장의 제안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포함시키는 등의 역제안을 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오는 23일(현지시간) 공식 출간되는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 원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2월28일 확대정상회담 때 하노이에서의 저녁을 취소하고 김 위원장을 북한까지 비행기로 태워주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 위원장이 웃으면서 그럴 수 없다고 답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대단한 그림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김 위원장은 전날 만찬에서부터 2일차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2016년 이후 모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를 해제하는 대가로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포기하는 방안을 거듭 제안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적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추가 제안을 요구하자 김 위원장은 영변 핵시설 포기가 북한으로서는 얼마나 중요한지, 이런 구상에 미 언론에 얼마나 많이 실릴지 등을 강조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뭔가 더 내놓을 것이 없는지 계속 물으면서 대북 제재의 완전 해제보다는 단 1%의 완화라도 요구하는 게 어떻겠냐는 식으로 예를 들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

이를 두고 볼턴 전 보좌관은 "의심할 여지 없이 그날 회담에서 최악의 순간"이라면서 "만약 김 위원장이 '예스'라고 했다면 그들은 미국에 형편없는 합의를 타결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김 위원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라고 회고록에 적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협상 패키지'를 더욱 업그레이드하려고 노력하면서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의 제거를 포함시키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제안은 한국과 일본을 타격할 수 있는 중·단거리 미사일에 대한 한일의 우려를 명백히 무시한 것이라고 볼턴 전 보좌관은 지적했다.

당시 협상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의견을 물어보자, 볼턴 전 보좌관은 "북한의 핵무기, 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 계획과 관련해 포괄적인 기준선에 대한 선언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고 밝혔다.

또 김 위원장은 북한 안보에 대한 법적인 안전 보장이 없다고 우려하면서 미국과의 외교 관계가 수립되지 않았음을 염려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미국 전함이 북한 영해에 들어오면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내게 전화하라'고 답했다.

정상회담 결렬 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하노이에서 너무 까다로웠던 게 아닌지 우려하기도 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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