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람 홍콩보안법 사건 담당 판사 지명권 갖나
중국, 홍콩보안법 초안에 "홍콩 지도자가 판사 지정" 명시
법조계 "공정 재판 우려…최소한 '대법관과 상의' 문구 넣어야"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이 많은 홍콩 시민의 반발에도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향후 관련 재판을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지명한 특정 법관이 맡을 가능성이 커졌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일부 공개한 홍콩보안법 초안에는 '홍콩 지도자'가 전·현직 법관 중에서 국가안보 사건을 맡길 법관을 결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홍콩의 지도자'는 캐리 람 행정장관을 가리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홍콩 법조계는 만일 이런 내용을 담은 홍콩보안법이 확정될 경우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필립 다이크스 홍콩 변호사 협회 회장은 이런 규정이 매우 일반적이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캐리 람 행정장관은 중국 중앙정부에 직접적인 책임을 지는 인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검찰에 지분을 가진 사람이 판사를 고르는 것은 매우 이상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홍콩보안법 사건 담당 법관을 지정하는 과정에서 행정장관이 홍콩의 사법부를 책임지는 대법관과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내용의 조항이 삽입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푸화링 홍콩대 법학대 학장은 "초안은 행정장관이 대법관과 상의 후 (홍콩보안법 사건 담당 판사를) 임명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며 "대법관은 어느 법관이 더욱 관련 사건을 맡기에 적합한지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에서 여러 명의 법관 중 누가 특정 사건을 맡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사건 배당'은 재판의 공정성과 관련한 매우 중요한 문제다.
한국에서도 신영철 전 대법관이 지난 2008년 서울중앙지법원장 재임 시절 무작위 사건 배당 원칙을 어기고 '촛불 집회' 사건에서 특정 판사들을 배제하고 사건을 배당한 것이 문제가 돼 법조계 안팎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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