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황금고양이' 인도네시아서 덫에 걸려 희생…멸종위기종
발리에서는 '기름 얻으려' 쇠향고래 사체 훼손한 주민들 반성문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희귀 야생 고양이인 '아시아황금고양이'(Asian golden cat)가 인도네시아에서 멧돼지 덫에 걸려 구조됐으나 결국 목숨을 잃었다.
동남아시아에 서식하는 아시아황금고양이는 2008년부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 종 적색목록 중 준위협종에 올라있다.
21일 트리뷴뉴스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수마트라섬 서부 아감군의 숲에서 아시아황금고양이가 멧돼지를 잡으려고 설치한 덫에 걸려 왼쪽 앞다리를 다친 채 발견됐다.
이 고양이는 발견 당시 피를 많이 흘린 상태였고, 상처 주변에 파리가 들끓고 있었다.
마을 주민은 "멧돼지 덫을 설치하고 이틀 뒤에 보니 고양이가 걸려 있었다"며 "아시아황금고양이는 종종 마을 주변에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야생동물 보호 당국 대원들은 아시아황금고양이를 부키팅기 동물원으로 데려와 치료받도록 했다.
수의사는 "네 살 정도 된 수컷 야생고양이"라며 "상처로 볼 때 10시간 이상 덫에 걸려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아시아황금고양이는 잠시 회복하는 듯 보였지만 18일 죽었다. 수의사는 "출혈이 심해 빈혈이 있었고, 온몸에 진드기가 심하게 퍼져있던 게 원인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작년에도 아시아황금고양이 두 마리가 비슷한 지역에서 구조됐으나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감염으로 죽었다.
아시아황금고양이는 털빛이 황금색이어서 '골든캣'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삼림 벌채 등에 따른 서식지 감소와 사냥으로 야생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든 상태다.
인도네시아 발리섬에서는 지난 19일 렘봉안 해안의 쇠향고래 사체를 훼손하는 동영상이 퍼져 야생동물 보호 당국이 조사를 벌였다.
쇠향고래는 꼬마향고래와 비슷한 종류로, 몸길이는 2.7m, 무게는 135∼270㎏으로 알려져 있다.
당국은 기름을 얻기 위해 고래의 사체를 일부 잘라낸 마을 주민들을 찾아내 반성문 겸 사과문을 쓰도록 했다.
해당 주민들은 "쇠향고래가 보호종인 줄 몰랐다"며 "다시는 같은 짓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야생동물 보호 당국 관계자는 "쇠향고래는 발리섬 남부에서 종종 발견되지만, 2018년부터 보호종에 추가됐다"며 "사체를 발견했다 하더라도 보호종, 멸종위기종의 경우 소비하지 못하게 법으로 정해져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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