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미용업·식당 등 재개 허용…"엄격한 위생 조건"
라마포사 대통령, 여성에 대한 젠더폭력 척결 거듭 강조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그동안 80일 넘게 봉쇄령 때문에 영업을 하지 못한 식당, 미용업, 영화관 등의 영업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밝혔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록다운 83일째인 이날 저녁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담화에서 이들 산업에 종사하는 50만명 이상이 록다운 와중에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더 이상 감내하기는 어렵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 이들 업종은 '고위험군' 직종으로 분류돼 이달 1일부터 제3단계로 완화된 봉쇄령 속에서도 다른 대부분의 산업과 달리 문을 열 수 없었다.
여기에는 이·미용을 비롯한 개인케어, 숙박업, 콘퍼런스 등도 포함된다.
스포츠에서 비접촉 위주인 골프, 테니스, 크리켓 등도 허용된다.
구체적인 업종 재개 날짜는 곧 발표되며 모두 엄격한 위생조건과 프로토콜을 준수해야 한다. 단, 현 3단계에 따른 제한 규정은 대체로 유지된다. 식당의 경우 앉아서 식사하는 규모가 제한되는 식이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특히 미용업을 비롯해 뷰티산업의 경우 여성들이 많이 종사한다면서 이들이 생계에 많은 고통을 겪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록다운 기간 가정내 여성과 아이들에 대한 폭력 즉 젠더기반폭력(GBV)이 증가한 것은 또 하나의 팬데믹(범유행)이라고 우려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특히 자신도 아내의 남편이자 딸들을 둔 아버지로서 이러한 폭력을 묵과할 수 없다면서 경찰, 법원, 의회 등 총체적 차원에서 단호히 대처할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록다운 완화로 지난 1일부터 주류 판매가 재개된 가운데 알코올 자체가 폭력을 양산하는 것은 아니지만, 폭력적 남자들이 알코올을 남용할 경우 여성 등을 대상으로 한 범죄로 이어진다면서 대책 마련을 시사했다. 최근 일부 주에서는 주류판매 재개로 범죄가 급증하자 정부에 재금지를 요청하기로 한 상황이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그동안 록다운 이후 연설에서 GBV에 대해서 계속해서 언급해왔다.
이날도 지난 몇 주간 성폭행과 살해로 희생된 여러 여성과 아이들의 이름을 한 사람 한사람 불러가면서 "이들은 통계가 아닌 이름이다. 우리의 가족이자 친구"라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든 젠더폭력이든 우리는 극복 할 수 있고 그 방법은 우리 손안에 있다"면서 개인적 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젠더폭력을 외면하거나 피해자들에게 수치심을 안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봉쇄령 기간 격리시설 확보 등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검사장비 부족으로 검사가 지체되는 등 감염 관리에 지장을 겪고 있는 것도 시인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그러나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정부도 어느 정도 할 만큼 하고 다른 나라의 경우에도 보듯 록다운을 무기한 할 수 없다면서, 이젠 개인 스스로 손씻기,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자신을 바이러스로부터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치료제로 떠오른 덱사메타손이 사망자의 3분의 1을 줄일 수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기준 남아공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8만412명이고 사망자는 1천674명이다.
sungj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