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통통] 베이징 코로나19 역습에 한인들 "울고 싶어라"

입력 2020-06-19 08:33
[차이나통통] 베이징 코로나19 역습에 한인들 "울고 싶어라"

왕징 전역 요식업 종사자들 핵산 검사…'한국성'도 포함돼

국제학교 또다시 문닫아…대입 앞두고 한국 학생들도 검사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이제 손님이 평상시 대비 겨우 80% 정도까지 회복했는데 또다시 문을 닫으라니요."

중국의 최대 한인 밀집 지역인 차오양(朝陽)구 왕징(望京)에서 15년 넘게 횟집을 운영해온 교민 김 모 사장은 최근 얼굴에 주름이 더 늘었다.

지난 1월 말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강제로 문을 닫은 뒤 3월 중순부터 간신히 영업 재개했는데 또다시 베이징에 코로나19가 역습했기 때문이다.

올해 춘제(春節·중국의 설) 전까지만 해도 제법 수익을 올리던 이 횟집은 코로나19 사태 후 제대로 영업을 못 했다.

그나마 4월 이후부터 손님들이 다시 하나둘씩 찾기 시작하면서 김 사장의 얼굴에도 화색이 돌았었다.

하지만 그의 밝은 표정은 오래 가지 않았다. 지난 11일부터 대형 농수산물 시장인 신파디(新發地) 도매 시장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해 베이징 당국이 코로나19 2급 대응으로 경계를 올리면서 김 사장의 횟집은 다시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신파디 시장 또는 다른 전통시장에서 유통된 해물, 야채, 과일 등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있을 수 있다는 베이징시 당국의 판단 때문이다.



이런 사정은 김 사장뿐 아니라 왕징에 있는 수십 곳의 한국 식당들도 마찬가지다.

베이징에 채소의 90%를 공급하는 신파디 시장이 봉쇄되면서 한국 식당들은 식자재 구매에 비상이 걸렸고 일부 식당은 잠정 영업 중단을 하라는 지시까지 받았다.

왕징에 있는 모든 요식업체 종사자들은 17일 핵산 검사를 받으라는 지시에 땡볕에 백여m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애처로운 풍경도 목격됐다.

한국 음식점들이 몰려있는 왕징 한국성 건물 입주자들도 모두 핵산 검사 통지를 받았다.

지난 1월 말 중국의 코로나19 확산 당시 한국에 잠시 몸을 피했다가 3월 외국인 입국 금지로 베이징에 돌아오지 못한 교민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더 크다.

지난달 말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끝나면 외국인 입국 금지가 풀릴 것으로 기대했으나 베이징에 코로나19가 재발하면서 베이징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기약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국성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다 지난 1월 말 한국에 들어가 머물고 있는 한 교민은 SNS를 통해 "외국인 입국 금지에 막혀 베이징으로 복귀하지 못해 현지 중국인 직원들에게 가게 운영을 맡기고 있는데 가게 상황이 말이 아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베이징에서 국제학교 다니는 자녀를 둔 교민들도 걱정이 태산이다.

지난 1월 말부터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온라인 수업만 하다가 이달 초가 돼서야 일부 고학년이 등교를 시작했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다시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내달 중국의 대학 입시인 가오카오(高考)를 앞두고 한국국제학교 고등학교 3학년들과 교직원들도 17일 왕징병원에서 핵산 검사를 받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다.



베이징의 B국제학교를 보내는 안 모 씨는 "고등학생인 아이가 거의 4~5개월 온라인 수업만 하다가 최근 학교 여름 캠프를 간다고 좋아했는데 코로나19 재발로 무산됐다"면서 "수천만 원이나 되는 학비가 아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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