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확산하는데 마스크 안 쓰는 남아공 흑인 빈민가

입력 2020-06-18 07:00
바이러스 확산하는데 마스크 안 쓰는 남아공 흑인 빈민가

경제 재개에 경계 분위기 다소 느슨…보건장관 "개인행동 변해야"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지난 15일 남아프리카공화국 경제중심도시 요하네스버그 외곽에 위치한 빈민가로 흑인 밀집지역(타운십) 가운데 하나인 아이보리파크.

거리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은 어쩌다 눈에 띄었고 대체로 안 쓰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살핀 도로변 가게들은 대부분 문을 열었지만 헤어 살롱 등 미용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고위험군' 직종이라는 정부의 규제 탓에 아직 문이 닫혀 있었다.

그러나 봉쇄령이 벌써 두달 보름을 넘긴 가운데 이·미용은 이미 음성적으로 행해지고 있어 오히려 확산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진즉 나왔다.

남아공의 실업률이 약 30%인 점을 반영하듯 이날이 월요일인데도 군데군데 주민들이 할 일 없이 모여 있거나 얘기를 나누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조그만 두어평 남짓한 가게 문이 열렸지만 일감이 없어서인지 시무룩하게 앉아있는 사람도 보였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확진자가 제일 많은 남아공이지만 정부가 이달 1일부터 봉쇄령을 추가로 완화, 경제 활동을 대부분 재개하면서 흑인 빈민가를 비롯해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마스크 쓰기가 느슨해지는 분위기이다.

대형마트에서도 초기 발병 때와 달리 직원들도 페이스 쉴드(안면 가리개)를 쓰지 않는가 하면, 일부 햄버거점에서는 직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조리하는 모습이 왕왕 목격되기도 했다.



그래도 아이보리파크에서는 행인들이 활발하게 돌아다니고 있었고 미니버스 택시승차장에도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평소 아이보리파크에서 보기 힘든 고급 외교관 승용차가 지나가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기도 했다.

이곳에서 열린 한인교회의 식량 기증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차를 몰고 온 한 교민은 자신의 차량에 도난 방지 신호 추적 '트래커'를 부착했는데 오는 동안 보험사에서 두 번이나 경고 전화가 왔다고 했다.

"현재 지나가는 곳에 차량 도난 위험이 많으니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하라"는 내용이었다.

쓰레기는 함부로 버려져 길가에 그대로 쌓여 있었다. 쓰레기 수거도 제대로 안 되고, 먹고 사는 생활이 우선인 경우였다.



우리나라 1980년대 초반 쓰레기 더미가 지방 도시 외곽에 쌓여 있는 것과 비슷했다.

이곳은 '비공식 주거지' 이른바 무허가촌이 아닌데도 우리나라 옛날 판자촌에 해당하는 양철집 '틴 하우스'가 많았다.

하지만 외관상 허름해 보여도 집에 위성TV 소형 안테나가 걸려 있는 경우도 흔했다. 흑인 주민들은 대체로 가장 저렴한 TV 옵션을 이용한다고 현지 교민은 전했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점차 이런 흑인 지역사회에서 높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생상태도 깨끗한 편이라 하기 어렵고 과밀지역이라 사회적 거리두기도 쉽지 않은 가운데 요즘 섭씨 0도 가까이 떨어지는 겨울 날씨도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기 좋은 조건이다.

16일 기준 남아공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7만6천334명이고 사망자는 1천625명이다.

남아공 서남부 휴양도시 케이프타운이 위치한 웨스턴케이프주가 아직 발병 진원지 역할을 하고 있지만 요하네스버그와 행정수도 프리토리아가 위치한 하우텡주의 확진자 증가율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현지 교민들도 덩달아 긴장하고 있다.

즈웰리 음키제 남아공 보건장관은 16일 앞으로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사망자가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저마다 마스크 착용, 손씻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 개인적 행동 변화가 예방을 위해 필수라고 강조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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