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항공제조산업 메카 KAI 사천공장을 가다
"고객 맞춤형 개발로 수출 확대"
(사천=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17일 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에 있는 조립공장.
2만3천189㎡(약 7천평) 규모의 탁 트인 공장 내 생산 라인에 기동헬기 수리온 4대가 일렬로 줄지어 서 있다. 숙련공들의 꼼꼼한 손놀림을 거쳐 한단계씩 공정을 거칠 때마다 헬기는 점차 완성된 모습을 갖춰갔다.
항공기 제작·조립은 대부분 사람 손으로 이뤄진다. 헬기에 들어가는 부품만 약 20만개. 부품을 끼울 때마다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 세밀한 작업이기에 기계를 이용한 자동화 공정이 거의 없다. 항공기 제조가 노동집약적 산업이라 불리는 이유다.
수리온 조립 라인 건너편에는 한국형 전투기(KF-X) 시제기 생산을 위한 라인이 깔려있다. KF-X는 개발비 총 8조원이 넘는 사업으로, 2016년 1월 개발이 시작됐다.
내년 상반기에 시제기 1호가 출고되며, 2022년 상반기 초도 비행시험을 거쳐 2026년까지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KAI는 KF-X 생산라인이 외부로 노출될까 봐 철통 보안을 지켰다.
KAI는 이날 해외 16개국 주한대사를 사천 본사로 초청했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한국과 양해각서(MOU)를 맺은 외국인 고용허가제 대상 국가이자, KAI의 잠재 수출국이기도 하다.
외교사절에 조립 현장을 보여줌으로써 국산 헬기의 안정성과 우수성을 보여줘 수출 활로를 넓히겠다는 취지다.
현장 시찰 이후에는 경찰 헬기 참수리를 탑승하는 행사도 가졌다. 참수리는 수리온을 기반으로 개발한 경찰 헬기로, 지난 2월 3대를 경찰청에 추가로 인도했다.
참수리에는 전기광학 적외선 카메라, 기상레이더, 구조용 호이스트 등 첨단 임무 장비가 장착됐다. 12인치 대형 조종석 모니터와 터치스크린 컨트롤러가 장착된 통합형 항전시스템도 새롭게 적용됐다.
경찰청은 참수리 헬기 3대를 지원해 외교 대사들과 취재진에 탑승기회를 제공했다. 참수리는 남해에서 삼천포까지 제자리 비행, 수평 비행, 저고도 비행 등을 수행하며 우수한 성능을 선보였다.
25년간 10여종의 헬기를 조종한 경력을 지닌 경기북부지방경찰청 항공대 박형식 경위는 "기존 헬기는 조정 핸들을 줄곧 잡고 비행해야 했지만, 참수리에는 자동비행제어장치가 있어 자동운행이 가능해 조종 피로도를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KAI는 앞으로 고객 국가의 눈높이에 맞춘 헬기 개발과 생산을 통해 수출을 더욱 늘릴 계획이다.
이봉근 KAI 상무는 "수리온 헬기는 이미 검증된 프랑스 모델을 차용해 선진화된 탑재 장비를 집어넣어서 개발해 신뢰성이나 안정성 측면에선 인도산 헬기보다 높다"면서 "러시아나 중국산보다는 구매 비용이 많이 들지만 30∼40년간 장기운영할 때 운영 유지 비용은 오히려 15~20% 싸게 든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리온은 한국 지형과 한국 작전 운용 등에 맞춰 개발됐기에 고온 지역이나 사막 등 고객 국가의 기후나 헬기 사용처 등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작해야 한다"면서 "고객이 어떤 부분에 우선순위를 둘지에 따라 헬기 경쟁력도 달라지는 만큼, 우리 헬기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KAI는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와 콜롬비아, 페루 등 기존 수출국을 비롯해 다양한 국가로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KAI는 1999년 국내 항공우주산업 육성을 위해 대우중공업, 삼성항공, 현대우주항공의 항공사업부를 통합해 만들어졌다. 기본 훈련기 KT-1을 시작으로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경공격기 FA-50, 다목적기동헬기 수리온 등 다양한 국산 항공기를 개발했다. 또 에어버스, 보잉 등 세계 유수 항공기 제작업체의 핵심 파트너로서 민항기 설계와 제작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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