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印 유혈충돌 이어 '네탓' 공방전…"민족주의 고조도 배경"(종합2보)

입력 2020-06-17 19:51
中·印 유혈충돌 이어 '네탓' 공방전…"민족주의 고조도 배경"(종합2보)

15일 충돌로 인도군 20명 사망…印 관계자 "중국 사상자도 43명"

SCMP "양국 정치인, 민족주의 고조시켜 국민 시선 돌리려고 해"



(뉴델리·베이징·홍콩=연합뉴스) 김영현 김진방 안승섭 특파원 = 인도 정부가 15일 발생한 중국과의 국경 군사 충돌에 대해 중국 측을 비난하고 나섰다.

인도 외교부 대변인인 아누라그 스리바스타바는 16일 밤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번 폭력 충돌은 중국 측이 일방적으로 현재 국경 상태를 바꾸려 한 결과로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측이 신중하게 합의를 따랐다면 양측의 사상자 발생을 피할 수 있었다"며 사태의 책임을 중국으로 돌렸다.

인도 육군에 따르면 15일 밤 인도 북부 라다크의 중국과 국경 지역인 갈완계곡에서 중국군과 충돌로 인도군 20명이 사망했다.

인도와 중국은 국경 문제로 1962년 전쟁까지 치렀지만, 아직도 국경을 확정하지 못하고 3천488㎞에 이르는 실질통제선(LAC)을 사실상 국경으로 삼고 있다.

양국군은 지난달 초 라다크 지역 판공호수 등에서 난투극을 벌이며 대립했고 병력을 추가 배치하며 대치해왔다.

난투극을 전후해 인도는 중국군이 자국의 실효 지배 지역을 무단 침범해 점유했다고 주장했고, 중국은 갈완계곡 인근에 건설된 인도 측 전략 도로에 대해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난투극 후 중국은 분쟁지 인근에 5천∼7천명의 병력과 장갑차·포병 부대를 추가 배치했다. 이에 인도도 3개 보병사단 이상을 전진 배치하는 등 긴장이 고조됐다.



이후 양측은 사령관 회담 등을 통해 군 병력을 일정 부분 뒤로 물리기로 합의했지만 철수 과정에서 이번 충돌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리바스타바 대변인은 "인도의 모든 활동은 LAC의 인도 측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중국도 그러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국경 지대에 평화와 평정 유지가 필요하다고 확신하지만 동시에 인도의 자주권과 영토 보존을 위해 전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인도 국방부 장관인 라지나트 싱은 군 수뇌부와 잇달아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싱 장관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게도 관련 사안을 직접 브리핑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디 총리는 아직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이와 관련해 중국 정부는 인도군이 15일 두 차례 국경을 넘어 도발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중국은 인도 측에 책임을 떠넘기며 '도발 행위' 중단을 촉구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인도는 양측의 합의를 위반하고, 다시 LAC을 넘어오는 불법 활동을 했다"면서 "갈완계곡 지역은 원래 중국에 속하지만, 인도군은 걸핏하면 이곳을 침입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인도군의 행위는 국경 문제에 관한 합의와 협정을 엄중히 위반하고, 양국과 양군 관계, 국민감정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면서 "우리는 인도가 도발 행위를 즉시 중단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자오 대변인은 또 "이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국은 외교와 군사 채널을 통해 소통하고 있다"며 "양국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군 사상자 수를 묻자 "제공할 소식이 없다"고 답했다.

다만, 인도 당국 한 관계자는 ANI통신에 "중국 측에서도 이번 충돌로 4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한 소식통은 미국 정보기관 보고서를 인용해 이번 충돌로 다치거나 사망한 중국군의 수가 35명이라고 타임스오브인디아에 말했다.

인도군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은 부상자 중 4명의 상태가 위중하다고 전했다.

인도와 중국은 현재 라다크 지역 외에도 카슈미르, 시킴, 아루나찰 프라데시 등 곳곳에서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양측은 인도 시킴주 동쪽에 있는 또 다른 분쟁지 도카라(중국명 둥랑<洞朗>·부탄명 도클람)에서 2017년 73일간 무력대치를 하기도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양국의 충돌이 격화하는 데는 양국 지도자들이 민족주의 정서를 고조시켜 자국 내 실정(失政)을 감추려고 하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세계안보연구소의 갈 루프트 공동소장은 "세계경기 침체 등으로 중국 정부는 이제 더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중국몽'(中國夢)에 초점을 맞출 수 없게 됐다"며 "이에 중국은 미국과 갈등 등을 이용해 민족주의와 주권 등의 문제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인도 싱크탱크인 정책대안센터의 모한 구루스와미 소장은 "인도 내에서는 도카라 분쟁 이후 언론 매체가 민족주의 감정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코로나19에 대한 잘못된 대응 등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인도와 중국 정치인들은 국민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인도의 분쟁이 미·중 갈등과 관련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SCMP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인도는 미국과 긴밀한 동맹 관계를 추구하고 있다"며 "만일 인도가 미국과 관계를 강화한다면 이에 대한 중국의 적대감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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