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주독미군 감축 공식화에 "안보는 상품 아냐"(종합)
독일 국방, 트럼프의 감축 발언에 비판적 반응…외무 "미군, 독·미 방어 핵심"
(베를린·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이광빈 정성호 특파원 = 독일 정부 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독 미군 감축을 공식화한 것과 관련해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독일 국방장관은 16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무역기구가 아니며 안보는 상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크람프-카렌바우어 장관은 이날 콘라트아데나워재단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한 자리에서 주독 미군의 존재는 미국과 독일을 방어하기 위한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어떤 상세한 정보를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독 미군을 2만5천 명으로 감축하겠다고 말했다.
독일에는 현재 3만4천500명의 미군이 주둔 중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9천500명을 감축할 것이라고 밝힌 셈이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은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9천500명을 감축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독일 정부는 미국이 주독 미군 감축을 검토 중이라는 내용을 전달받았다면서 "우리가 아는 한 최종 결정이 아니다"라고 반응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리처드 그리넬 전 독일 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 11일 일간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이미 주독 미군 등 해외 주둔 미군을 감축할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해 감축 가능성을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약속한 방위비를 충분히 지출하지 않는다면서 특히 독일을 문제 국가로 지목해왔다.
나토 회원국은 2024년까지 방위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2%'까지 늘리겠다고 했지만, 지난해 기준 독일의 방위비 지출 비중은 1.36%였다.
미국은 또 독일의 대미 무역 흑자와 독일과 러시아 간의 천연가스관 연결 사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독일과 마찰을 빚어왔다.
더구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미국이 주최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거부한 점이 주독 미군의 감축 지시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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