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AI로 '알고리즘 담합' 발생…리니언시 활용부터"
(서울=연합뉴스) 홍유담 기자 = 4차 산업혁명 기술이 확산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알고리즘 담합'을 막기 위해 우선 리니언시(자진신고자 처벌 면제·감면)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는 전문가 주장이 나왔다.
알고리즘 담합은 각 기업이 가격 설정 알고리즘을 통해 반경쟁적인 가격 설정을 하는 것으로, '디지털 카르텔'이라고도 불린다.
산업연구원 중소벤처기업연구본부의 박양신·신위뢰 부연구위원은 17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포용성장연구단에서 발행한 '디지털 경제의 특성과 경쟁정책 방향: 온라인 플랫폼과 알고리즘 담합을 중심으로'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디지털 경제는 새로운 반경쟁적인 이슈를 발생시키고 있다"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로 경쟁기업과 직접적인 의사교환 없이 동조적 행위를 할 수 있는 알고리즘 담합은 소비자 후생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알고리즘 담합을 ▲ 모니터링 알고리즘 ▲ 평행 알고리즘 ▲ 시그널링 알고리즘 ▲ 자가학습 알고리즘 등 4개 유형으로 나누고, 특히 자가학습 알고리즘에 유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가학습 알고리즘은 한 기업의 알고리즘이 시장 내 경쟁자들의 행동을 학습하면서 최종적으로 이익 최대화를 위해 다른 알고리즘과 담합 하는 경우다.
보고서는 "자가학습 알고리즘을 사용할 경우 사전적인 합의 없이도 경쟁을 줄이고 일정 수준의 담합을 달성할 수 있다"면서 "합의 과정이 없어 기존 경쟁법 상 규제가 적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우선 리니언시 제도를 활용해 기존 제도하에서 규제 가능한 알고리즘 담합부터 단속할 것을 제안했다.
직접적인 합의 과정이 없는 알고리즘 담합을 당장 포착하기 어려운 만큼, 담합을 목적으로 동일한 가격 설정 알고리즘을 활용하기 위해 기업들이 소통하는 경우에 정책적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의미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담합 규제에 있어 리니언시의 의존도를 줄이고 어떤 다른 수단을 활용해 알고리즘 가격 설정 환경에서의 담합을 적발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언급했다.
또 가격 설정 알고리즘과 빅데이터 활용이 많은 시장을 사전 감시하고 가격 동조 패턴에 대한 연구로 담합 의심 사례 관련 데이터를 축적해 향후 적발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각 기업이 담합보다 경쟁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반경쟁 행위에 대한 정부의 정책 개입 의지 표명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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