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부' 추앙받는 드골 동상 잇따라 훼손
올해 타계 50주년, 나치에 대한 항전연설 80주년…정치인들 "매우 충격"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올해로 타계 50주년을 맞은 프랑스의 정치가 샤를 드골(1890~1970) 전 대통령의 흉상이 잇따라 훼손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프랑스 언론들에 따르면 북부 벨기에 접경의 소도시 오몽에 있는 샤를 드골 광장에서 드골의 흉상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밝은 주황색 페인트로 뒤덮이는 일이 있었다.
흉상의 거치대 뒤에는 '흑인 노예제 찬성자'(esclavagiste)라는 단어가 대문자로 적힌 채 발견됐다.
오몽 시 당국은 페인트와 글씨를 제거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앞서 지난 12~13일 사이 파리 근교 센생드니에서도 샤를 드골의 동상의 얼굴 부분에 누군가가 노란색 페인트를 칠하고 달아난 일이 있었다.
프랑스인들은 자국에서 대체로 정파를 막론하고 추앙받는 역사적 인물인 드골의 동상이 잇따라 훼손되자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군인이었던 샤를 드골은 2차대전 당시 항독 망명정부인 '자유 프랑스'(France Libre)를 이끈 뒤 해방 후에는 프랑스를 강대국의 반열에 다시 올려놓은 인물로 평가된다.
그의 대통령 재임 시기 프랑스는 강력한 대통령중심제를 확립해 고질적인 정치 불안을 해소하고 경제를 회생시키는 한편, 핵무기를 보유하면서 패전국 독일을 포용해 유럽 통합을 주도했다.
드골은 프랑스에서는 국부로 추앙받으며, 보통 프랑스어로 '장군'을 뜻하는 '제네랄'이라는 칭호가 붙는다.
올해는 드골이 타계한 지 50주년으로, 오는 18일은 그가 나치 독일에 대한 전 프랑스인의 결사 항전을 촉구한 BBC 연설을 한 지 정확히 80년이 되는 날이다.
오드프랑스 광역의회 의장인 자비에르 베르트랑은 트위터에서 "드골이 레지스탕스의 불꽃을 살린 것을 기억해야 하는 시점에 오몽에 있는 흉상이 훼손된 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며 이런 일을 저지른 사람을 찾아내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도 트위터에서 "드골의 동상을 훼손한 것은 우리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며 프랑스와 프랑스인들의 존엄을 지킨 인물을 모독한 것"이라고 적었다.
프랑스에서는 최근 흑인에 대한 경찰의 폭력이나 인종차별을 규탄하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역사적 인물들의 동상이 훼손되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과거 아프리카 대륙에서 100만명 이상의 흑인을 붙잡아 아메리카 대륙의 식민지로 보낸 역사를 가진 프랑스는 노예제를 1848년 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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