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지스 어쇼어 배치 백지화, 기술적 결함이 주원인"
배치 주도 아베 총리 부담 커질 듯…미일 동맹에도 영향 지적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방위상은 16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요격 등을 명분으로 추진해온 지상 배치형 미사일 방어체계 '이지스 어쇼어' 사업을 전격 중단하겠다고 전날 발표한 것은 기술적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노 방위상은 이날 중의원 안전보장위원회에서 이지스 어쇼어를 아키타(秋田), 야마구치(山口) 등 두 지역 배치를 추진해 왔으나 미사일 발사 후에 부스터(추진체)를 자위대 연습장 내에 확실히 떨어뜨릴 수 없는 기술적 문제가 발견됐다고 사업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고노 방위상은 도입을 결정할 당시에는 올바른 판단이었지만 지금 단계에서 배치 비용과 기간을 고려하면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지스 어쇼어는 날아오는 미사일 움직임을 레이더로 포착, 요격하는 '이지스 시스템'의 육상형 모델이다.
고성능 레이더와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인 SM3의 발사 장치 등으로 구성된다.
일본 정부는 2017년 말 탄도미사일 개발을 추진하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일본 전역을 방어할 수 있는 미국산 이지스 어쇼어 2기 도입을 결정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그동안 요격 미사일을 발사한 뒤 부스터를 연습장(기지) 내에 안착시킬 수 있다고 설명해 왔다.
그러나 정밀 분석 결과 2~3㎞의 고도에서 중량이 약 200㎏인 부스터가 의도하지 않은 곳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요격 미사일인 'SM3 블록 2A' 본체의 대폭적인 개량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고노 방위상은 SM3 블록 2A 개발에 미일 양국이 2천200억엔 이상을 투입했다면서 개량 비용과 기간을 고려해 이지스 어쇼어 배치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요미우리는 방위성이 지금까지 부스터 문제를 미사일 관리용 소프트웨어 개량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미국 측과 협의해 왔다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지난 12일 고노 방위상으로부터 전체적인 내용을 보고 받고 배치 중단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조만간 아베 총리 주재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를 열어 배치 중단을 정식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은 미국산 군사장비 구매 확대를 요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아베 총리가 받아들여 추진되기 시작한 이지스 어쇼어 배치 계획의 중단이 미일 동맹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배치를 주도한 아베 총리의 정치적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국방부회 등의 합동회의에 참석한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전 방위상은 "갑자기 계획을 바꾼 이유를 설명하지 않으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배치 계획 중단으로 생기는 비용을 분담하는 문제도 미일 간의 갈등 요인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애초 이지스 어쇼어 2기 도입에 총 2천404억엔(약 2조7천억원) 규모를 예상했지만 비용이 계속 불어나 최근 추산으로는 배치 프로젝트를 완료하는 데 총 4천500억엔(약 5조원)이 든다고 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가운데 약 1천800억엔분의 계약이 끝난 상태라고 전했다.
고노 방위상은 16일 중의원 안보위에서 비용 분담 문제를 미국과 협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parks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