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환율 1,170∼1,270원"…1인당 소득 3만달러 지킬듯
전문가 "코로나 후 1,200원이 새 기준…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
(서울=연합뉴스) 은행팀 = 경제 전문가들은 수출 등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원/달러 환율이 하반기에 1,200원 아래위 70원 정도의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불과 올해 초만 해도 1,200원대는 '환율 충격'에 가까운 수준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안전자산인 달러 강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1,200원이 '새 기준'(뉴 노멀)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그 이하로 크게 떨어지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점친 환율 상단은 1,270원 정도로,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달러 아래로 다시 주저앉을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이 전망은 제2차 코로나 대유행이 없다는 가정에 따른 것이다.
◇ 코로나 이후 1,28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1,190원대로
14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1,156.4원 수준이던 원/달러 환율은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2월 말 1,213.7원으로 뛰었다.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질수록 안전자산인 달러화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환율도 3월(말 기준·1,217.4원), 4월(1,218.2원), 5월(1,238.5원)에 걸쳐 줄곧 상승 곡선을 그렸다. 특히 3월 19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하루 40원이나 뛰면서 11년 만에 가장 높은 1,285.7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6월 초 들어 분위기가 다소 바뀌었다.
지난 9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7.1원 내린 1,197.7원에 장을 마쳤다. 환율이 1,200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3월 11일(1,193.00원) 이후 약 석 달 만의 일이었다.
이런 달러 약세·원화 강세 움직임에 대해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유로가 강세를 보여 달러의 대안으로 떠오른 데다 나스닥 지수가 1만을 넘는 등 주가가 많이 오르면서 3∼4월 중 달러에 반영된 '안전자산 프레임'이 조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도 "5월 18일(현지시간) 독일과 프랑스가 5천억유로 규모의 경기부양기금 마련에 합의하면서 유럽 경제 취약국에 대한 리스크 평가가 개선되고 이후 유로화가 급등했다"며 "여기에 주요국 봉쇄령 완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 재개 낙관론, 예상보다 좋은 미국 5월 고용지표 등도 달러 대신 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를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다만 12일 원/달러 환율은 4거래일 만에 다시 1,200원대(1,203.8원)를 회복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히 매우 크고, 코로나19 악영향이 오래갈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코로나19 2차 유행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졌기 때문이다.
◇ "확실한 경기회복 신호·백신 소식 전까지는 달러 강세"
이처럼 코로나 사태 이후 환율이 출렁이면서 과연 남은 하반기 환율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환율은 우리나라 수출 경쟁력의 관건일 뿐 아니라, 달러 환산 GNI(국민총소득)·GDP(국내총생산) 등 경제지표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단 전문가들은 대체로 달러 약세,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봤다.
이들의 하반기 환율 예상 범위는 종합적으로 1천170∼1천270원 수준이었다.
한은은 올해 명목 GDP 성장률을 -1%로 추정하면서, 여기에 원화까지 연간 5% 정도 절하되면 1인당 GNI가 3년 만에 3만달러를 밑돌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연간 원화 가치가 5% 깎이려면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계속 1,250원선 이상을 유지해야한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따라서 일단 전문가들의 환율 전망만을 바탕으로 추산하자면, 올해 우리나라 1인당 GNI가 3만달러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셈이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원은 하반기 환율 범위를 1,175∼1,250원으로 제시했다.
문 연구원은 "2차 대유행은 전제하고 있지 않지만, 당분간 코로나19 불확실성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따라서 백신이 나오지 않는 이상, 환율이 예상 범위의 하단을 깨고 내려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것은 힘들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선태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확실하게 경기 회복 신호가 나오기 전까지, 추세상으로 위쪽으로 갈 것으로 본다"며 "유동성이 풍부할 때는 1,190원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있지만, 또 코로나19 불확실성이 부각되면 위로 1.240원 정도까지는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 역시 "하반기 환율이 1,200원 위에서 머물면서 달러 강세가 지속할 것"이라며 "코로나 이전엔 1,200원대가 엄청난 원화 약세 상태로 여겨졌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1,200원이 환시의 뉴노멀(새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연준이 돈을 많이 푼 것은 맞지만, 달러 공급을 늘렸다고 해도 달러 수요가 아직 더 많다"며 "달러 약세로 보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더구나 원화를 포함한 아시아 통화들의 달러 기준 환율은 향후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심해지면 더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민 연구원의 설명이다.
민 연구원은 이런 근거로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1,200원과 1,270원 사이에서 움직이며 평균 1,230원선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고재필 하나은행 클럽원(Club1) PB센터지점 골드PB 부장은 "하반기 환율 범위는 1,180∼1,240원 정도"라며 "세계 증시가 추가로 또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데, 그때 다시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늘고 환율도 10원, 20원은 충분히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하반기 원/달러 환율 상·하단을 각 1,240원과 1,170원으로 제시했다.
백 연구원은 "낙관론이 한풀 꺾였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상승 시도가 이어질 수는 있지만 5월 고점(1,244원)까지 오르기에는 상승 탄력이 강하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 대응 방역 체계가 많이 개선돼 극단적 봉쇄도 없을 가능성이 크고, 시장의 심리적 혼란도 코로나 초기보다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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