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남아공 흑인 타운십 더 타격…'잔인한 불평등'

입력 2020-06-13 09:00
코로나19 남아공 흑인 타운십 더 타격…'잔인한 불평등'

백인 주거지 피해 덜해…아파르트헤이트 시절 인종별 도시구획 해체 안 돼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한때 백인전용 주거지였던 곳보다 흑인 밀집지역인 타운십을 더 타격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새 데이터를 인용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정책) 당시 주택 정책이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데 따른 것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남아공은 소수 백인통치 시대가 끝난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국가 중 하나다. 도시 지역에는 인종별로 주거지역이 극명하게 나누인다.

남아공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 주요 발병지역인 웨스턴케이프주에서 특히 타운십들이 감염률이 높은 것으로 정부 통계에 나타나고 있다.

웨스턴케이프 전체 감염의 12% 가까이는 케이프타운 최대 타운십인 카옐리차에서 발생한다. 카옐리차는 주(州) 인구의 단 6%밖에 안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와인산지이자 대학 타운인 스텔렌보스는 웨스턴케이프 확진자의 단 1%만 차지한다. 백인이 많이 사는 스텔렌보스는 주내 인구의 4% 정도 차지한다.

다른 핫스폿(집중 발병지역)에는 미첼스 플레인 타운십도 포함되며 이곳의 감염률은 9%다.

요하네스버그의 사회경제연구소 소속 에드워드 몰로피 연구원은 "타운십이 바이러스 핫스폿이 되고 있는 것은 우리가 아파르트헤이트 도시를 해체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남아공인들은 최근 몇 주간 거리에 나서 타운십에서의 경찰 잔악성에 항의했다. 미국의 '흑인목숨도 중요하다' 시위에 따른 반향이었다.

인권옹호 활동가들은 보안군이 봉쇄령을 시행하기 위해 가난한 흑인들이 몰려사는 타운십에 주로 배치됐다고 지적했다. 이곳들은 인구 과밀 때문에 제대로 격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독립감시단체인 남아공 인권위원회의 크리스 니센은 "코로나19는 남아공의 잔인한 불평등을 노출시켰다"고 말했다.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남아공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5만8천500명 이상이고 사망자는 1천284명이다.

정부는 8∼9월 감염 정점에 앞서 확진자가 증가하고 타운십 지역사회 감염이 늘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남아공은 여전히 진단 장비와 보건직원 및 병상 부족 때문에 고투하고 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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