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속일지라도" 러시아 국경일 방송 출연해 시 낭송한 외교관

입력 2020-06-12 15:28
"삶이 속일지라도" 러시아 국경일 방송 출연해 시 낭송한 외교관

블라디 외교사절 중 유일하게 초대…한-러 양국 수교 30주년 의미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형우 특파원 = "예슬리 쥐즌 찌뱌 아브마넷 녜 삐찰셔, 녜 셰르지쉬(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12일 오후 연해주(州) 지역 최대 공영방송인 'OTV'가 러시아 국경일인 '러시아의 날'을 맞이해 제작한 특별 생방송 프로그램에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한국 총영사관의 오성환 총영사가 깜짝 출연했다.

오 총영사는 방송에서 "러시아가 성공적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러시아의 대문호인 알렉산드르 푸시킨(1799년∼1837년)의 시(詩)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낭송했다.

오 총영사는 푸시킨의 시가 "한국에서 알려진 외국 시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푸시킨은 러시아의 작가이자 시인으로 현대 러시아어의 창시자라 불린다.



심지어 그의 생일인 6월 6일이 러시아어의 날일 정도로 러시아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

특별생방송에는 올렉 코줴먀코 연해주 주지사를 포함, 지역의 주요 인사들이 출연해 러시아의 날을 축하했다.

연해주 지방정부와 OTV는 이례적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 주재하는 8개국(한국·미국·일본·베트남·우즈베키스탄·중국·인도·북한)의 총영사 가운데 유일하게 오성환 총영사를 주요 인사에 포함했다.

이에 대해 오성환 총영사는 "올해가 한국과 러시아 양국의 수교 30주년인 만큼 연해주 정부에서 한국을 특별히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를 증명하듯 방송화면 상단에는 한국과 러시아 수교 30주년 기념 공동로고가 노출되기도 했다.

앞서 지난 3일 정세균 국무총리와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는 전화 통화를 하고 올해 한러 수교 30주년을 맞아 준비한 각종 행사가 코로나19로 인해 지연된 만큼 '한러 상호교류의 해'를 내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날은 옛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소련)을 구성했던 러시아의 의회인 인민대의원대회가 러시아공화국의 주권선언문을 채택한 것을 기념해 제정된 국경일이다.

1992년부터 지금까지 러시아 정부는 이날이면 주요 도심 곳곳에서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다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집단 감염 사태를 우려, 일부 지역 정부는 야외 행사 규모를 축소해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를 축소한 연해주 정부는 OTV와 함께 이날 특별생방송을 기획해 기념일을 기렸다.

오 총영사는 또 코줴먀코 주지사를 의장으로 지역 경제계 주요 인사 40여명으로 구성된 연해주 투자유치협의회에 상임위원으로 위촉돼 참여하고 있다.

1991년 러시아 1세대 유학생인 오 총영사는 지난 6월 말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로 부임했다.

러시아 대사관과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에서 오랜 시기 근무한 외교부 내 대표적인 러시아통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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