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보르네오섬에 서울 2.7배 논 개발…이탄지 훼손 논란

입력 2020-06-12 11:12
인니, 보르네오섬에 서울 2.7배 논 개발…이탄지 훼손 논란

식량 안보 위해 2022년까지 쌀 경작지 16만5천㏊ 개간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가 보르네오섬 중부 칼리만탄에 서울 면적 2.7배 크기의 쌀 경작지를 개발한다.

하지만, 해당 지역 토지가 일반 토양보다 탄소저장량이 10배 이상 높은 이탄지(泥炭地·peatland)를 포함하고 있어, 이탄지 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중부 칼리만탄 풀랑 피사우(Pulang Pisau) 군에 있는 16만5천 헥타르를 쌀 경작지로 개발해 국가 식량 사업을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서울 면적(약 6만 헥타르)의 약 2.75배에 해당한다.

해당 부지는 1996년 수하르토 정권 당시 '메가 라이스 프로젝트'(Mega rice project)가 추진됐던 곳과 겹친다.

수하르토 정부는 쌀농사를 위해 이탄지를 개간하다가 사업을 중단했다.



바수키 하디물요노 공공사업주택장관은 "16만5천 헥타르 가운데 8만5천500 헥타르는 이미 농경지 기능을 하고 있어, 나머지 7만9천500 헥타르만 개간하면 된다"며 "올해 사업을 시작해 2022년까지 3년간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헥타르당 2t의 쌀 생산을 목표로 하며, 1조500억 루피아(911억원)를 투입해 관개시설을 만드는 등 공공기업부와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구 2억7천만명의 인도네시아는 20개 이상 지방이 계란, 마늘, 설탕 등 식품이 부족한 상황이라 '식량 확보'가 조코위 정부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꼽혔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식량 안보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문제는 개간하려는 땅에 '이탄지'가 많다는 점이다.

이탄지는 나뭇가지, 잎 등 식물 잔해가 완전히 분해되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퇴적된 유기물 토지를 말한다.

탄소저장량이 일반 토지보다 10대 이상 많다 보니 이탄지 개간은 지구 온난화를 막아줄 '탄소 흡수원'을 태워버림과 동시에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된다.

인도네시아에서 매년 건기에 대형 산불이 꺼지지 않는 이유도 농부들이 수익성이 높은 팜나무, 펄프 나무를 심으려고 이탄지에 배수로를 만들어 물기를 빼고 불을 붙이기 때문이다.

건조된 땅에 불을 붙이면 유기물이 타면서 몇 달씩 연무를 뿜어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주변국까지 피해를 준다.



오랜 기간 환경운동가·국제기구들이 인도네시아의 이탄지 복원사업에 힘을 쏟고 있고, 한국 산림청도 수마트라섬 잠비주의 이탄지 복원사업을 벌여왔다.

인도네시아 환경포럼 관계자는 "중부 칼리만탄에 쌀 경작지 개간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며 "해당 지역은 반드시 원형을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태적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이탄지복원청장 나지르 포이드는 "정부가 환경 보전과 경제개발 사이에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고 있다"며 "이탄지를 버려두는 것보다 벼를 심는 것이 더 나은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농부들은 자신들이 경작하는 곡물을 돌볼 것이고, 이탄지에 불을 붙이는 행위가 더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 농림부 관계자는 "수마트라 늪지대 등에서 효과가 입증된 수확성 높은 쌀 종자를 중부 칼리만탄에 심을 것"이라고 밝혔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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