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압박"·"대중밀착"·"올옵션과시"…北 성명에 외신들 촉각
北 리선권 성명 일제히 보도…싱가포르 북미회담 2주년에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리선권 북한 외무상이 12일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 힘을 키우겠다"는 내용의 대미 메시지를 발표하자 외신은 일제히 이를 타전하면서 그 의도와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대부분의 외신은 리 외무상의 성명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2주년에 나왔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미국이 장기적인 위협으로 남아있으며, 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확실히 힘을 키우겠다'는 리 외무상의 발언을 토픽으로 보도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북한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유지하는 한 북미 정상 간 개인적 관계를 유지해도 별 소용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북한이 미국의 장기적 위협에 맞서 군사력을 건설할 것이라고 했다'는 제목으로 북미회담 2주년에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관련 소식을 전했다.
외신은 북한의 이날 발표를 5개월이 채 남지 않은 미국 대선과 연관 짓거나 중국과의 관계 강화 포석일 수도 있다는 등 다양한 관측을 내놨다.
오바마 행정부 마지막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지낸 대니얼 러셀은 "북한 문제를 해결했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북한에 레버리지를 줄 것"이라며 북한이 미 대선을 앞두고 압박을 증가시키려 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북한이 미국과 주고받기식 거래를 위해 협상을 밀어붙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해석도 제기됐다.
킹스 칼리지 런던의 한국 전문가인 라먼 파르도 교수는 이날 성명은 북한이 적절한 외교적 절차에서부터 핵 프로그램을 더 발전시키는 것까지 테이블 위에 모든 옵션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트위터에서 "북한은 미국보다 더 적당한 거래가 필요하다"며 "그것은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은 북한이 당장 미국과 대화 재개가 어렵다고 보고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교도통신은 북한이 대미 핵 협상이 진전 기미가 보이지 않는 와중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가 경제에 큰 타격을 받자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미국이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불안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오랫동안 경제제재 완화를 모색해온 북한이 미국과 대화 재개가 어려워졌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외교소식통의 분석도 전했다.
교도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권력 유지를 위해 대남 도발 수위를 높이면서도 미 대선 전에는 미국에 관망하는 태도를 취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과 무관하게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라는 소식통의 언급을 전했다.
북미는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사상 첫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작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노딜로 끝나면서 지금껏 교착이 지속하고 있다. 물론 작년 6월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깜짝 만남을 갖기도 했지만, 핵 협상 진전을 위한 동력 마련에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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