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유행 악몽?' 미·유럽증시 털썩…다우 6.9% 폭락(종합)
뉴욕증시 석달만에 최대 낙폭…나스닥, 하루만에 1만선 붕괴
가파른 반등에 따른 조정 분석도…유럽증시도 4%대 '뚝'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장밋빛 랠리'를 이어왔던 뉴욕증시가 11일(현지시간) 폭락했다.
이른바 '공포지수'라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50%가량 치솟으며 40선을 웃돌았다.
공포감은 유럽증시, 원유시장으로도 번졌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1만 고지'라는 역사적 이정표를 찍은 전날과는 정반대 장세가 연출된 셈이다.
미 언론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2차 발병'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했다고 평가했다.
경기회복을 낙관했던 증시가 모처럼 경기침체라는 엄연한 현실에 반응했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사태로 '바닥'을 치고 가파른 반등을 이어온 탓에 모처럼 큰 폭의 조정이 이뤄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
◇ 유럽·뉴욕증시 연쇄폭락…유가도 '뚝'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861.82포인트(6.90%) 하락한 25,128.17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최대 3,000포인트, 약 13% 대폭락했던 3월 중순 이후로 석 달 만에 최대 낙폭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88.04포인트(5.89%) 내린 3,002.10에 마감하면서 3,000선을 간신히 지켜냈다.
파죽지세로 급등했던 나스닥지수는 하루 만에 '1만 고지'를 내줬다. 나스닥지수는 527.62포인트(5.27%) 하락한 9,492.73에 마감했다.
'나홀로' 뉴욕증시를 이끌었던 초대형 정보·기술(IT) 종목들이 큰 폭으로 조정을 받자, 뉴욕증시 전반이 힘없이 밀렸다.
시가총액 1~3위인 애플은 4.8%, 마이크로소프트(MS)는 5.4%, 아마존은 3.4%의 낙폭을 각각 기록했다. 페이스북은 5.2%,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4.3%, 테슬라도 5.1% 내렸다.
미 증시보다 먼저 마감한 유럽증시도 급락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3.99% 하락한 6,076.70으로,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는 4.71% 내린 4,815.60,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4.47% 하락한 11,970.29에 각각 마감했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 Stoxx 50은 4.53% 하락한 3,144.57로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도 폭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8.2%(3.26달러) 하락한 36.3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6주새 가장 큰 낙폭이다.
안전자산인 금은 강세를 보였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1.1%(19.10달러) 상승한 1,739.8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 "시장이 너무 앞서갔다"…되레 우려 키운 '파월 효과'
일단은 과도한 급등에 따른 조정의 성격이 강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코로나19 '2차 유행'의 우려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 지역별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는 조짐은 동시다발적으로 감지되고 있다.
미국 내 코로나19 환자는 200만명을 넘었다. 미 존스홉킨스대학은 이날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201만6천여명으로 집계했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한다면, 어렵사리 시동을 건 경제활동은 지지부진한 상황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기록적인 경기침체 현실 속에서도 역설적인 증시 랠리를 뒷받침했던 'V자 경기회복론'이 현실화하기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전날 연준이 상당 기간 제로금리를 시사하면서 유동성 기대감을 높였지만, 뒤집어 본다면 당분간 경기 회복이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강력한 통화완화 시그널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 셈이다.
장밋빛 경기회복에 과도하게 기대를 걸었던 투자자들로서는 경기침체라는 엄연한 현실을 새삼 확인하게 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j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