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제형사재판소 인사 제재 '초강수'…전범의혹 조사에 반발
트럼프, ICC 인사 경제 제재 및 입국금지 행정명령 서명
외교·안보 책임자는 별도 회견 열어 규탄…러시아 조종 의혹도 제기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은 국제형사재판소(ICC)가 해외 주둔 미군의 전쟁범죄 의혹 조사를 허가한 데 반발하며 ICC 관계자를 제재하는 등 초강수를 뒀다.
AP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관련해 미군과 정보 요원들의 전쟁범죄 가능성을 조사하는 ICC 인사들에게 경제적 제재와 여행 제한을 승인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은 국무장관이 재무장관과 협의해 미국 요원의 조사나 괴롭힘, 억류에 직접 관여한 ICC 인사의 미국 내 금융 자산을 차단하고 이들과 가족의 미국 입국을 막을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조치는 ICC가 지난 3월 아프간 전쟁범죄와 관련해 무장반군조직 탈레반, 아프간 정부군은 물론 주둔 미군의 전쟁범죄 의혹 조사를 허가한 데 대한 반발로 보인다.
ICC는 지난해 4월 아프간 내 전쟁범죄 의혹에 대한 조사 착수를 요청하는 ICC 검찰의 요청을 기각했지만, 항소심에서 이를 허가하며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ICC 검찰이 미군의 전범 의혹에 대한 조사 허가를 받은 것은 당시가 처음으로, 미국은 "무모하다", "정치적 기구의 결정"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ICC는 전쟁·반인도적 범죄 등을 저지른 개인을 심리·처벌할 목적으로 2002년 설립됐으며,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123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 중국, 북한 등은 회원국이 아니다.
미국은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외교·안보 책임자들이 총출동해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 정도로 ICC에 강한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ICC가 불법적 사법절차를 진행하는 인민재판식인 '캥거루 재판'을 진행한다고 맹비난하며 "우리는 우리 국민이 캥거루 재판에 의해 위협받는 것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러시아 같은 외국 세력이 그들 자신의 어젠다를 추구하며 ICC를 조종하고 있다"며 러시아도 겨냥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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