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대, '제국주의' 상징 로즈 동상 철거 놓고 다시 논란
반 인종차별 운동 확대되며 철거 요구 불거져
옥스퍼드대 부총장 "과거일은 역사적 맥락에서 평가돼야"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미국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46)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반 인종차별 시위 불똥이 영국 명문 옥스퍼드대의 한 동상 철거 논란으로까지 이어졌다.
11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지난 9일 옥스퍼드대 오리엘 칼리지에 설치된 세실 로즈 동상 앞에는 철거를 요구하는 시위대 수백명이 집결했다.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영국에서도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가 확대되면서 이의 일환으로 인종차별과 관련된 인물의 동상이나 기념비, 도로명 등을 제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 주말 잉글랜드 브리스틀에서 열린 시위에서 참가자들은 17세기 노예무역상 에드워드 콜스턴의 동상을 끌어내려 강에 던졌고, 런던 의회광장에 있는 처칠 전 총리의 동상에도 스프레이로 "처칠은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낙서가 새겨졌다.
'로즈 동상 철거'(The Rhodes Must Fall) 캠페인 측은 로즈가 영국 제국주의와 식민수탈의 상징인 만큼 그의 동상이 철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역 하원의원, 지역의회 의원 여러 명도 로즈 동상 철거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19세기 말 빅토리아 시대 인물인 로즈는 사업가로, 또 케이프 식민지(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총독으로 대영제국의 해외 식민정책에 앞장선 인물이다.
다이아몬드 광산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그는 자신의 모교인 오리엘 칼리지에 많은 돈을 기부했다.
이에 대학 측은 그의 동상을 세우고 이름을 딴 로즈 장학금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5년에도 학생들과 민간단체 등은 로즈가 제국주의자이자 인종차별주의자였다며 그의 동상 철거를 촉구했다.
그러나 논란이 가열되면서 동문들이 대규모 기부금 철회 의사를 표명하자 학교 측은 동상을 그대로 두기로 결정했다.
옥스퍼드대는 플로이드 사건으로 다시 로즈 동상 철거 요구가 거세지자 당혹해하면서도,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과거 인물을 지금의 관점과 견해로 평가하는 것은 역사를 숨기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루이즈 리처드슨 옥스퍼드대 부총장은 "우리는 과거를 직면하고 여기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면서 "과거 일에 대한 관점은 역사적 맥락에서 평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우리는 역사를 이해하고, 그러한 것이 만들어질 당시 사람들이 왜 그렇게 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우리 대학 운영자들은 900년 역사에서 800년 동안은 여성이 교육받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우리가 이 사람들을 비난해야 하나"라고 반문한 뒤 "그렇지 않다. 나는 그들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들 시대의 맥락에서 판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즈가 살던 시대에 제국주의는 일반적이고 만연한 견해였다는 것이다.
리처드슨 부총장은 옥스퍼드대가 과거 인물의 동상이 아니라 현재 학생들의 경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옥스퍼드대에 흑인과 소수민족 출신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들이 옥스퍼드대가 자신을 환영하지 않는 곳이라고 생각하도록 만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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