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 원반'은 다른 별과 떨어진 외로운 환경서 형성돼"

입력 2020-06-11 15:47
"'피터팬 원반'은 다른 별과 떨어진 외로운 환경서 형성돼"

일반 원시행성보다 5~10배 더 지속 조건 확인…원반 질량도 크게 시작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갓 태어난 어린 별 주변에는 먼지와 가스로 된 거대한 원반이 형성되고 이곳에서 행성이 만들어진다. 원시행성계 원반으로 불리는 이 원반들은 대개 1천만년 이내에 사라지고 마는데 이런 보통 원반보다 5~10배가량 더 지속하는 독특한 원반도 있다.

성장이 멈춘 동화 속 주인공 피터팬처럼 다른 별에서는 이미 사라진 원반을 계속 갖고 있다고 해서 '피터팬 원반'으로도 불리는데, 이런 원반들이 어떤 조건에서 형성되고 진화하는지를 규명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런던 퀸 메리 대학교에 따르면 이 대학 물리천문학과의 개빈 콜먼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피터팬 원반의 형성과 진화 조건을 컴퓨터 모의실험을 통해 분석한 결과를 '왕립천문학회 월보'(MNRAS)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피터팬 동화 속 가상의 나라에서 이름을 따 "네버랜드 요소"라고 밝힌 조건에 따르면 피터팬 원반은 다른 별에서 멀리 떨어진 외로운 환경에서 형성되며, 처음부터 일반 원시행성계 원반보다 훨씬 큰 질량을 갖고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별은 약 10만개 정도씩 큰 집단을 이뤄 형성되는데 이런 환경에서는 피터팬 원반이 형성될 수 없다고 한다. 가까이 있는 별의 복사 에너지가 원반 내 물질을 날려 보내 주변에 별이 없는 고립된 상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중간에 가스와 먼지를 잃더라도 장기간 걸쳐 원반을 유지할 수 있게 처음부터 일반 원시행성계 원반보다 훨씬 더 많은 질량을 갖고 시작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피터팬 원반이 질량이 낮은 별 주변에서만 발견되고 있으며, 이 별들이 일반적으로 많은 행성을 거느리고 있다는 점은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같은 대학의 토머스 하워스 박사는 "수명이 긴 원반의 존재는 정말로 놀라운 것이며, 이런 원반이 어떻게 장기간 존속하는지를 찾아내는 것은 원반의 진화와 행성 형성에 관한 이해를 넓히는데 중요할 수 있다"고 했다.

피터팬 원반은 지난 2016년 지구에서 약 212광년 떨어진 용골자리 성운의 4천500만년 된 적색왜성 AW10005x3s 주변에서 처음으로 존재가 확인됐다.

그 이전까지 어린 별 주변에 형성되는 원반의 수명은 수백만년 정도이고 1천만년 이내에 사라져 행성들이 1천만년 이내에서 신속히 형성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연구팀은 피터팬 원반 형성 조건이 까다로운 만큼 극히 드물 것으로 예측했다.

첫 피터팬 원반과 마찬가지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시민과학자 포털인 '주니버스'(Zooniverse)의 시민과학자 참여 프로젝트인 '원반 탐정'(Disk Detective)의 도움을 받아 모두 7개가 확인됐다.

콜먼 박사는 "시민과학자 참여 프로젝트의 발견으로 이 독특한 원반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힘을 받고, 천체물리학의 핵심 분야 중 하나인 행성 형성에 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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