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핵 군비통제 참여 압박, 미중간 새 전선 될 가능성"
SCMP, 中전문가 인터뷰 "中, 미러보다 핵 적어…오히려 강화해야"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미국이 미·러 핵무기 통제 협상에 중국도 참여할 것을 압박하면서, 핵 군비통제가 미·중 간 새로운 갈등영역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니포스트(SCMP)는 11일 미·중 간에 무역·기술·안보·이념 등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핵 군비통제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평가했다.
내년 2월 만료 예정인 미·러 간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 스타트·New START)은 양국에 배치하는 핵탄두 수를 각각 1천550기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러는 이 협정 갱신을 위해 협상 중이며 오는 2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날 예정인데, 미국은 여기에 중국까지 포함해 중국의 군사 대국화를 견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중국이 불참할 경우 지난해 미·러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 등에 이어 미국이 추가적인 협정 탈퇴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15일 "중국은 (미·중·러) 3국 군비통제 협상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면서 "세계에서 핵 보유량이 가장 많은 미·러는 핵 군축 이행에 특수하고 우선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미국 군축 담당 특사인 마셜 빌링슬리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중국을 향해 "강대국 지위를 얻으려면 그에 걸맞은 책임으로 행동해야 한다"며 "핵 확장에 더는 '비밀의 만리장성'은 없다"고 반박했다.
중국 군사 전문가 쑹중핑(宋忠平)은 SCMP 인터뷰에서 중국의 핵 보유량이 미·러보다 적다면서 "양국이 보유량을 중국 수준으로 줄이거나, 중국이 양국 수준으로 핵 능력을 키우기 전까지 중국은 3국 협상테이블에 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중국을 자국 주도의 핵무기 국제질서에 포함하려는 것이다. 이는 미·중 경쟁의 새로운 싸움터"라면서 "중국의 핵 능력이 비교적 작은 만큼, 중국은 이를 약화할 게 아니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나가사키(長崎)대 핵무기근절연구센터의 9일 발표에 따르면 각국의 핵무기 보유량은 러시아(6천370개), 미국(5천800개), 중국(320개) 순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협상 참여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핵전력 증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 후시진(胡錫進) 총편집인은 지난달 8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둥펑(東風·DF)-41' 탄두를 최소 100기로 늘리는 것을 포함해 핵탄두를 단기간에 1천기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행동에 중국 엘리트와 대중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해 더욱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등의 전문가 의견을 보도하기도 했다.
반면 미국 역시 28년간 중단했던 핵실험 재개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매체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미 행정부 고위 관료를 인용해 지난달 15일 국가 안보기관 수장들이 모인 회의에서 이러한 논의가 오갔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고위관료는 "미국도 핵실험을 하면 중·러와 핵 군축 협상을 하는 데 유용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며 "회의에서 핵실험 재개 여부에 대한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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