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 부린다" 이유로 산 채 화형당한 과테말라 마야족 지도자

입력 2020-06-11 08:11
"주술 부린다" 이유로 산 채 화형당한 과테말라 마야족 지도자

저명한 마야 전통의학 전문가, 고문 당한 후 잔혹하게 피살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과테말라에서 원주민 마야족 지도자이자 전통의학 전문가가 "주술을 부린다"는 이유로 일부 주민들에게 산 채로 '화형'당하는 일이 발생해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10일(현지시간) 과테말라 일간 프렌사리브레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과테말라 산루이스에서 저명한 마야족 영적 안내자인 도밍고 촉 체(55)가 살해된 것은 지난 7일이다.

경찰에 따르면 주민 몇 명이 촉 체가 친척의 무덤에서 주술을 부렸다고 주장하면서 그를 붙잡아 10시간 이상 고문한 후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붙여 살해했다.

촉 체가 불길에 휩싸인 채 달리며 죽어가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공개되기도 했다. 그 모습을 여러 사람이 지켜보며 비명을 질렀지만 그를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다.

경찰은 전날 촉 체의 살해 용의자로 친척 사이인 남녀 4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촉 체는 마야 전통의학의 전문가로, 영국, 스위스 대학 연구진과 전통의학에 대한 공동 연구를 수행하기도 했다.

그와 잘 알고 지낸 과테말라 바예대의 모니카 베르헤르 교수는 "그를 죽인 것은 도서관을 태운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난하며 "약초로 병을 다스리는 것은 주술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과테말라에선 이전에도 마야족 원주민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드물지 않게 발생했다.

촉 체의 사망 이후 온라인에는 그를 추모하고 잔혹한 범죄를 규탄하는 메시지가 쏟아졌다.

알레한드로 잠마테이 과테말라 대통령도 트위터에 애도의 메시지를 전하며 "범인들이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사법당국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날 마야족 사제들은 수도 과테말라시티의 광장에서 촉 체를 추모하는 의식을 벌였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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