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망 경위 수사해달라"…이탈리아서 첫 집단 고소
베르가모 50여 유족 주도…피고소인 명시 안했으나 정부 책임 거론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의한 사망자 유족들이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고소장을 냈다.
10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러스 확산 거점인 북부 롬바르디아주의 베르가모 지역에 거주하는 50여 유족은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까지 이르게 된 경위를 확인해달라며 검찰에 고소장을 냈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제기된 첫 집단 고소 사례다.
베르가모는 롬바르디아에서도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인명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이다.
지역 신문 10여개면이 부고로 채워지는가 하면 화장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군용 트럭이 수많은 시신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장면까지 보도돼 큰 충격을 줬다.
이번 소장의 피고소인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으나 유족들은 정부의 책임을 겨냥하고 있다.
유족들은 바이러스 확산 초기 롬바르디아 내 위험 지역에 대한 봉쇄를 차일피일 미뤄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롬바르디아가 수년간 의료·보건 예산을 삭감하면서 의료시스템 전반이 부실화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65세의 부친을 잃은 크리스티나 론기니(39·약사)는 코로나19 증상으로 응급실에 갔더니 호흡 곤란이 없으면 입원할 수 없다고 거절했고, 정작 코로나19 전문 병원엔 중환자 병상이 없었다며 구조적인 부실 문제를 짚었다.
베르가모 화장장의 대기 시신이 밀려 론기니 부친은 결국 군용트럭에 실려 다른 지역으로 이송됐다고 한다.
론기니는 "정부가 적절하게 바이러스 사태에 대응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고 그 누구도 사과하지 않았다"며 분노를 표했다.
법적 행동을 주도한 스테파노 푸스코(31)는 "우리는 보복이 아니라 정의를 원할 뿐"이라며 조속한 진상 규명을 강조했다.
코로나19로 할아버지를 잃은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비슷한 처지에 있는 유족을 모아 법적 싸움을 함께 할 단체를 조직했다.
현재 150여 유족이 추가 고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9일 기준으로 이탈리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23만5천561명으로 미국·브라질·러시아·영국·스페인·인도에 이어 7번째로 많다. 사망자 수는 3만4천43명으로 미국·영국·브라질에 이어 4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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