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대응" 실탄 확보 나서는 사모펀드들

입력 2020-06-11 07:05
"포스트 코로나 대응" 실탄 확보 나서는 사모펀드들

글랜우드PE 8천억원 신규자금 모집…기업인수에 쓰일 듯

해외도 기업인수 PEF에 돈 몰려…"코로나 이후 M&A 늘어날 것"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국내외 사모펀드(PEF)들이 기업 매물 인수를 위해 실탄 확보에 나서고 있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사모투자 전문회사인 글랜우드프라이빗에워티(PE)는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국내 사모투자 위탁운용사 모집에 총 8천억원 규모의 신규 펀드 조성을 제안했다.

글랜우드PE는 국내 기관투자자의 자금을 모집해 외국계 기업이 보유한 국내법인 지분이나 국내 대기업 계열사에서 분리된 사업부문을 주로 인수해왔다.

프랑스 라파즈그룹이 사들였다가 되판 한라시멘트나 SKC[011790]와 코오롱[002020]이 합작해 세운 SKC코오롱PI의 지분 인수가 대표적 투자 사례다.

업계에서는 글랜우드PE가 '카브아웃'(Carve out·기업에서 떨어져 나온 특정 사업부문) 인수에 강점을 가진 것으로 평가한다.

카브아웃 인수 전략을 내세우는 국내 펀드가 신규 자금 모집에 나선 것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충격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모펀드가 기업 인수·합병(M&A)의 새로운 주체로 등장한 상황에서 좋은 매물이 나오기 전에 미리 '실탄'을 확보해 둘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M&A 시장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위축된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 정보업체 레피티니브(Refinitiv)는 최근 발간한 '글로벌 M&A 시장동향 보고서'에서 올해 1분기 전세계 인수·합병 규모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8% 줄어든 6천980억달러(약 842조원)라고 집계했다.

그러나 실물경기 부진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경우 기업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잠재해 있던 매물이 늘어날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해외에선 이미 기업 인수나 자산 유동화에 투자하는 사모펀드에 돈이 몰리고 있다.

미국계 사모펀드 칼라일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영난에 처한 일본 기업의 비핵심 사업 부문 매물을 인수하기 위해 23억달러(2조7천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투자에 나섰다.

유럽계 사모투자펀드 아디안은 최근 각국 투자자를 상대로 신규 세컨더리 펀드 자금을 모집해 무려 190억달러(약 23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약정 규모는 직전인 2016년 모집(140억달러) 때보다 늘었다.

세컨더리 펀드는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을 다른 사모펀드에서 인수해 수익을 내는 전략을 취하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이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본 것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마지황 수석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글로벌 차원에서 한계기업이 증가할 것이고,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된 이후 활발한 M&A가 추진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특히 최근 높은 성장을 보인 사모펀드의 M&A 참여는 저금리 상황 지속에 따른 대체투자 수요 증가로 지속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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