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숙주' 천산갑, 멸종 우려로 中전통약재서 제외돼(종합)
1급 보호동물 지정 이은 조치…남획·식용 금지 목소리 확산
(서울·선양=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차병섭 특파원 = 멸종위기에 몰린 천산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때문에 오히려 '살길'이 열리는 행운을 맞이하게 됐다.
10일 글로벌타임스와 펑파이 등 중국매체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전통 약제 처방 기준을 정하는 '중국 약전(藥典)' 2020년 판에서 천산갑의 이름을 뺐다.
중국 약전에는 "야생자원 고갈, 상품 부족, 안전성 및 윤리적 문제가 있거나 기초연구가 부족한 품목은 약전에서 제외하거나 추가하지 않는다"고 규정돼있는데, 야생자원 고갈이 이번 조치의 배경이라는 게 중국매체 해석이다.
이번 결정은 중국 국가임업초원국이 남획과 서식지 파괴에 따른 개체 수 격감을 우려해 지난주 천산갑 보호수준을 2급에서 1급 보호동물로 격상했다고 발표한 데 이어 나왔다.
중국은 2007년 야생 천산갑 사냥을 금지했고 2018년에는 천산갑과 관련 제품의 상업적 수입을 금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천산갑은 혈액순환을 돕고 염증에 효과적인 전통 약재로 평가받으며, 식용 시 처벌도 약해 사냥이 계속되고 있다고 글로벌타임스는 전했다.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의 적색목록에 따르면 천산갑 8종은 모두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다는 게 영국매체 BBC의 설명이다.
이중 순다천산갑·필리핀천산갑·중국천산갑은 위급(CR), 인도천산갑·큰천산갑·나무천산갑은 위기(EN), 사바나천산갑·긴꼬리천산갑은 취약(VU) 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CR은 야생에서 멸종하기 직전 상태임을 의미한다.
세계동물보호협회 중국판공실 고급과학고문 쑨취안후이(孫全輝) 박사는 "이번 조치는 천산갑 수요를 효과적으로 줄이고 포획·거래를 억제할 것"이라면서 "천산갑 보호 강화 요구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중화중의약학회 류머티즘분회 소속 전문가 왕청더(王承德)는 "전통약재로 반드시 천산갑을 쓸 필요가 없다"면서 "전갈·지네·돼지발톱 등이 대체재로 쓰일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환경단체들도 중국 정부의 결정을 반겼다.
천산갑 지키기(Save Pangolins)의 톰 폴슨은 "천산갑 비늘을 전통약재목록에서 제외한 중국 정부의 결정은 '게임 체인저'(판도를 일거에 바꿀 조치)"라고 말했다.
폴슨은 "중국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고 소비자들의 행동을 바꾸는 등 다음 행보를 이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계동물보호단체(WAP)의 캐서린 와이즈도 "야생에서 밀렵당한 동물들을 더럽고 좁은 우리에 가둬놓으면 치명적인 질병의 온상이 될 수 있다"며 중국 정부의 결정을 환영했다.
천산갑의 멸종위기는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일부 과학자들이 천산갑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중간숙주로 보기 시작하면서 식품이나 약재로 사용하는 관행이 비판을 받았다.
야생동물 남획에 따른 인수공통감염병 확산의 위험이 전 세계적으로 강조되면서 천산갑의 최대 수요국인 중국도 압박을 받아 결국 행동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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