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천산갑 코로나19 창궐 때문에 살았다

입력 2020-06-10 11:28
수정 2020-06-10 11:31
멸종위기 천산갑 코로나19 창궐 때문에 살았다

중국 1급 보호종 지정 이어 전통약재에서 배제

코로나 중간숙주설 때문에 남획·식용금지론 지구촌 확산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멸종위기에 몰린 천산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때문에 살길을 찾아가는 형국이다.

중국 정부는 천산갑을 지난 5일 1급 보호야생동물로 한 단계 격상한 데 이어 전통약재 목록에서도 제외했다고 BBC방송이 10일 보도했다.

천산갑의 온몸은 포식자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비늘로 덮여 있다.

중국 한의사들이 이 비늘을 약재로 쓰면서 천산갑은 사냥 수요가 늘어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의 적색목록에 따르면 천산갑 8종은 모두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다.

이중 순다천산갑·필리핀천산갑·중국천산갑은 위급(CR), 인도천산갑·큰천산갑·나무천산갑은 위기(EN), 사바나천산갑·긴꼬리천산갑은 취약(VU) 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CR은 야생에서 멸종하기 직전 상태임을 의미한다.



환경단체들은 중국 정부의 결정을 반겼다.

천산갑 지키기(Save Pangolins)의 톰 폴슨은 "천산갑 비늘을 전통약재목록에서 제외한 중국 정부의 결정은 '게임 체인저'(판도를 일거에 바꿀 조치)"라고 말했다.

폴슨은 "중국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고 소비자들의 행동을 바꾸는 등 다음 행보를 이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계동물보호단체(WAP)의 캐서린 와이즈도 "야생에서 밀렵당한 동물들을 더럽고 좁은 우리에 가둬놓으면 치명적인 질병의 온상이 될 수 있다"며 중국 정부의 결정을 환영했다.

천산갑의 멸종위기는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일부 과학자들이 천산갑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중간숙주로 보기 시작하면서 식품이나 약재로 사용하는 관행이 비판을 받았다.

야생동물 남획에 따른 인수공통감염병 확산의 위험이 전 세계적으로 강조되면서 천산갑의 최대 수요국인 중국도 압박을 받아 결국 행동에 나섰다.

honk02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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