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자른 전 FBI 국장 "경찰은 전쟁터 전사가 아니다"

입력 2020-06-09 17:02
트럼프가 자른 전 FBI 국장 "경찰은 전쟁터 전사가 아니다"

제임스 코미 "경찰 고충 이해하나 문제도 많아…비판 받아들여라" WP 기고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최근 미국 흑인 사망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을 산 경찰을 향해 전직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비판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개선할 기회를 찾으라"고 충고했다.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은 8일(현지시간) 현역 경찰관들을 위한 조언을 담은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2013년 취임한 코미는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이끌다가 해임됐다.

그는 기고에서 대중의 반감과 맞닥뜨리는 경찰의 태도를 창문을 여닫는 행위에 비유하며 "경찰은 압박 상황에선 창문을 완전히 닫고 대중의 비판을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이 자신들의 탓이 아닌 문제로 자주 비난받는 점, 일부 사람들의 행동으로 조직 전체가 평가받는 점 등을 언급하며 이러한 고충 역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5년 동안 경찰의 치안 유지 활동은 급격히 개선되고 있었지만, 최근 비무장 흑인에게 가혹행위를 한 미니애폴리스 경찰 4명 때문에 한순간에 이런 인식이 뒤집어졌다고 인정했다.

아울러 최근 시위대가 주창하는 '경찰예산 끊어라'는 구호에 대해 "학생들의 무단결석, 노숙자 및 약물 오용 문제 등 경찰 업무와 무관한 책임들을 없애줄 때만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코미 전 국장은 다만 "최고의 경찰이라면 (비판을 수용하는) 창문을 열어놓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경찰 활동에는 여전히 개선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쁜 경찰이 그저 다른 부서로 옮겨지는 일, 많은 곳에서 거짓말하는 관행, 특수기동대(SWAT) 남용, 저임금" 등 미국 경찰의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일부 경찰 사이에서 자신들을 질서와 혼돈 간 전쟁에서 최후의 방어선에 있는 전사로 여기는 문화가 생겨 우려스럽다"며 "당신은 전쟁에서 싸우는 게 아니라 사회를 위해 복무하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또 많은 경찰관이 '범죄가 폭증해서야 그들은 우리를 존중해줄 것'이라는 생각을 할 테지만, 이런 태도는 다른 사람을 섬기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선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코미는 "경찰이 완전히 존중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당신은 박수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변화를 일으키는 어려운 일을 하기 위해 경찰이 된 것"이라며 냉소주의를 경계하라고 조언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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