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도 부시도 이러진 않았는데 트럼프는…"

입력 2020-06-09 16:30
수정 2020-06-09 17:06
"닉슨도 부시도 이러진 않았는데 트럼프는…"

CNN "자기편만 보겠다는 트럼프, 통합과 치유 역할 외면"

전직 대통령들은 위기 때마다 반대 여론 청취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국론 분열의 상황에선 반대 의견을 청취하며 통합을 시도했다.

1963년 워싱턴DC에서 열린 흑인 인권 집회에 25만명이 몰려들자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은 백악관에 인권운동가들을 초청했다.

베트남 반전 운동이 절정으로 치닫던 1970년 오하이오주(州) 방위군이 켄트주립대 학생 4명을 사살하면서 분노가 확산하자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철야 시위대를 찾아가 대화를 나눴다.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 때도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피해 현장을 방문했다.





미국 CNN 방송은 8일(현지시간) 국가 통합과 상처 치유를 위한 전직 미국 대통령들의 노력을 소개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통합의 역할을 외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법과 질서'의 수호자를 자처하면서 분열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찰 폭력으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의 가족과 짧은 통화를 했지만, 일방적인 대화 스타일로 역풍을 맞았다.

플로이드의 남동생은 "트럼프 대통령은 내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자신과 정치적 입장이 다른 국민과는 거의 만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흑인 사회 지도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그러나 보수층이 중심이 된 참석자들의 발언은 시위대의 시각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 참석자는 플로이드가 범죄자일 뿐이었다면서 순교자 취급을 받아선 안 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재해와 사고 현장을 방문했을 때도 오히려 피해자들을 자극했다고 소개했다.

취임 첫해인 2017년 허리케인 마리아가 휩쓸고 간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방문 때는 이재민들에게 두루마리 휴지를 농구공처럼 던져 비판을 받았고, 지난해 총기참사가 발생한 엘패소에선 피해자들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을 거부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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