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월 한우 평균 도매가 작년보다 15%↑…하반기 하락 가능성
전문가 "공급 과잉…농가 선제·자율적 수급 조절 필요"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3∼5월 한우 1등급 평균 도매가격은 지난해보다 15%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9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한우 수급관리 강화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중단기 한우 수급 및 가격 전망을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농경연에 따르면 3∼5월 한우 1등급 평균 도매가격은 1kg당 1만9천964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8% 올랐다.
농경연 농업관측본부 이형우 축산관측팀장은 "코로나19 발생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가정 소비가 늘고 한우 소비가 확대했다"며 "현재도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으나 정점 대비로는 2천원가량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산지 가격은 5월 수송아지(6∼7개월령) 평균 가격은 435만원, 암송아지는 348만원으로 각각 지난해 같은 달 대비 7.4%와 6.3% 상승했다.
이 팀장은 "8일 기준 수송아지 평균 가격은 470만원까지 올랐고 우시장에서 5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덧붙였다.
공급은 꾸준히 느는 추세다.
지난 3월 기준 한우 사육 마릿수는 지난해보다 3.4% 증가한 300만8천마리고 올해 말에는 317만마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도축 마릿수는 1∼5월 30만8천마리로 지난해와 비슷했고 연간으로는 79만마리 안팎이 될 전망이다.
소고기 수입량은 2018년부터 큰 폭으로 증가해 지난해 역대 최고치인 42만7천t에 달했으나 올해는 해외 가공공장 셧다운(가동 중지) 등의 영향으로 1∼5월 2.8% 감소한 17만t에 머물렀다. 지난달의 경우 3만4천t으로 12.6% 줄었다.
농경연은 최근 반짝 상승한 한우 도매가격이 점차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 침체가 가중될 경우 3분기에는 전분기보다, 4분기 이후 전년보다 가격이 내려가 한우 도매가격은 2020년 1만8천∼1만8천500원, 2021년 1만5천500∼1만6천원 선에 그치겠다고 분석했다.
경기 침체가 완화된다면 3분기는 보합세이다가 4분기부터 하락해 올해 1만9천∼1만9천500원, 내년 1만7천500∼1만8천원 선이 되겠다고 예측했다.
이 팀장은 "2022년까지 한우 사육이 늘고 사육 증가로 도축 마릿수 역시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2021∼2022년 도매가격이 조정국면을 맞을 것"이라며 "농가가 선제·자율적으로 수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경상대 전상곤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사육두수가 과도하게 증가하면서 산지 가격과 농가 경영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우 사육농가는 점차 규모화 전문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2005년에는 100두 이상 사육 농가가 16.8%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41.3%로 절반에 육박했다.
번식과 비육(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가축을 기름)을 함께 하는 일괄사육 농가도 점점 늘면서 송아지 거래는 주는 추세다. 2014∼2017년 암송아지 거래 비율은 35.1%에서 28.6%, 송아지 거래 비율은 44.5%에서 38.5%로 낮아졌다.
일괄사육 농가는 송아지를 팔지 않고 자체 생산하기 때문에 거래량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송아지 가격이 강세를 보이면서 농가의 경영 불안정성이 커지는 상황을 가져왔다.
전 교수는 "사육두수가 급격히 증가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호황이 장기간 유지되겠지만, 가격이 내려갔는데도 농가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아 자칫 과잉 기조가 나타난다면 매우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 역시 수급 조절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한우협회는 "코로나19로 인해 변화하는 유통 상황에서 한우 사육두수와 공급량 증가로 한우 가격이 폭락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선제적 수급 조절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현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수급조절 방안으로 송아지를 낳은 경험이 없는 미경산우 비육을 제시했다. 미경산우를 기르면 송아지 생산량을 줄일 수 있어 3년간 2.5두, 5년간 4.7두를 감축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산했다.
협회는 "한우 농가가 개량과 수급조절에 참여하는 공감대를 조성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유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