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집권당 '넘버투' 니카이, 아베 라이벌 이시바와 손잡나

입력 2020-06-09 11:52
수정 2020-06-09 16:42
日집권당 '넘버투' 니카이, 아베 라이벌 이시바와 손잡나

니카이 간사장, 강연요청 수락 "이시바는 기대주" 칭찬까지

차기 총리 경쟁 앞두고 주목…9월 자민당 인사 앞두고 아베 견제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라이벌이자 차기 총리 후보로 주목받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과 자민당 이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이 손잡을 가능성이 주목된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올해 9월 예정된 자신의 파벌 정치자금 모금 행사(파티)에 강연자로 나서 달라고 니카이 간사장에게 8일 부탁했고 니카이 간사장은 이를 수락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9일 보도했다.

이시바는 니카이와의 면담이 끝난 후 "자민당이 어떠해야 하는지나 정책 집단이 해야 할 역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일본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으면 좋겠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이시바는 그간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 스스로 강연자로 나섰으며 2015년 파벌을 만든 후 외부인을 강사로 초청한 것은 니카이 간사장이 처음이다.



니카이 간사장은 "이시바 씨는 우리 당에서 가장 경험이 풍부한 정치가 중 한 명인 것은 틀림없다. 장래에 더욱더 높은 곳을 목표로 나가길 바라는 기대주의 한명"이라고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을 칭찬했다.

이들의 움직임은 차기 총리 경쟁 구도에서 눈길을 끌 만한 사건이다.

국회의원 47명이 속한 파벌을 이끄는 니카이가 이시바를 도와 아베 총리 측과 대항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일본 총리가 되려면 우선 집권당 총재가 되어야 한다.

유권자의 지지도는 높지만, 국회의원 지지 기반이 부족한 것이 이시바의 약점이다.

니카이는 간사장으로서 당의 자금 관리와 선거 공천권을 쥐고 있으며 여론의 동향을 파악하는 감각이 좋다.

아베 총리가 코로나19 지원금 30만엔을 선별적으로 지급하기로 했다가 모든 주민에게 10만엔씩 주기로 결정을 뒤집어 체면을 구긴 것은 니카이 간사장이 막후 공작을 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앞서 자민당 규칙을 개정해 아베 총리가 세 차례 연속 당 총재 자리를 지키고 이를 토대로 총리 임기를 연장할 수 있도록 힘을 실은 니카이가 아베 총리의 맞수인 이시바에게 호의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아베 총리가 9월 집권 자민당 간부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니카이 간사장이 일종의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최근 아베 총리 지지율이 재집권 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아베 총리가 후계자로 낙점한 것으로 여겨지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의 인기가 저조한 가운데 니카이 간사장이 이시바 편에 설지가 주목된다.

니카이 파벌의 간부는 "강연을 하기로 했다고 총재 선거에서 응원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간사장은 이길만한 사람 편에 선다. 이시바 씨가 이길 수 있게 되면 그쪽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고 산케이(産經)신문은 전했다.

이시바는 유권자를 상대로 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 후보 1위로 꼽히고 있다.

그가 이끄는 파벌은 국회의원이 19명이라서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위한 추천인 20명을 확보하는 것이 걸림돌이 될 수 있는데 니카이가 협력한다면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기시다 정조회장은 니카이 간사장이 이시바 파벌에서 강연한다는 것에 관해 "간사장은 (그간) 각 파벌 파티에 출석하지 않았느냐. (강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한다. 냉정하고 주의 깊게 살펴보고 싶다"고 반응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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