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잔칫날인데…' 일감 없어 우울한 철강업계
업계 맏형 포스코 일부 공장 가동 중단에 '충격'
원재료 철광석 가격 급등에 2분기 실적 최악 전망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9일은 '철의 날'이다.
1973년 6월 9일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식 용광로인 포항제철소에서 처음 쇳물을 생산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한국철강협회는 2000년부터 매년 업계와 정부 주요 인사를 초청해 기념식을 열어왔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취소했다. 국내 철강업계의 가장 큰 행사인 철의 날 기념식이 취소된 것은 20년 만에 처음이다.
사실 철강업계도 잔칫상을 받아들 분위기는 아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일감이 부족해 공장마저 가동을 멈춰야 할 상황이다.
포스코[005490]가 이달 16일부터 경북 포항과 전남 광양의 일부 생산 설비를 멈추고, 해당 사업장 직원들에 대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유급휴업을 하기로 하자, 업계는 상당히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 맏형 격인 포스코마저 휴업에 들어가게 돼서 코로나가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강판 등의 수요가 줄고, 하반기에도 경기회복이 불투명하다 보니 탄력적인 생산을 위해 선제적으로 조처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현대제철[004020]도 이달 1일부터 당진제철소 전기로 열연공장 문을 닫았다. 공장 가동 중단은 2005년 5월 박판열연 상업 생산 개시 이후 15년 만이다. 일각에서는 열연공장 폐쇄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철강 1, 2위 업체들의 잇따른 공장 가동 중단은 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주요 철강 수요 산업이 침체해 수주가 부진해서다.
세계철강협회는 최근 발표한 철강 수요에 대한 단기 전망에서 올해 철강 수요가 작년보다 6.4%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협회는 "2분기에 대부분 국가에서 철강 수요가 매우 감소할 것"이라며 "5월부터 규제 완화로 상황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회복은 더딜 것"으로 내다봤다.
설상가상으로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마저 급등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제 철광석(CFR기준) 가격은 8일 현재 t당 105.67달러를 기록했다. 연초 대비 12.4%나 오르며 올해 들어 최고치를 찍었다. 철광석 주요 산지인 브라질 광산이 지난해 자연재해로 생산에 차질을 빚은 데다, 코로나19로 줄었던 중국의 수요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가격을 끌어올렸다.
그렇다고 원재료 인상분을 철강 가격에 온전히 반영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는 그동안 철강 가격 인상을 기조로 자동차 등 수요산업계와 협상해왔으나, 코로나19로 협상은 잠시 중단된 상태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장기계약으로 원료를 수급하는 철강사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지만, 그때그때 필요한 물량을 사서 들여오는 철강사들은 원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철강업계가 2분기에 최악의 실적을 받아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포스코는 1분기에 영업이익이 작년 1분기보다 41.4% 급락한 7천53억에 그쳤고, 현대제철은 29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NH투자증권[005940]의 변종만 연구원은 "중국 내 철강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원료인 철광석 가격 상승으로 철강기업의 수익성 개선은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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