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정박 40일만에…몰타, 폭동 우려에 이주민 보트 입항 허용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이주민 보트의 입항을 거절해온 지중해 소국 몰타가 해상 폭동 우려에 400여명의 이주민을 받아들였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몰타 당국은 6일 밤 아프리카 이주민 425명을 태운 관광용 크루즈선 4척의 입항을 허용했다. 해상 정박 약 40일 만이다.
이들 이주민은 지난 4월 말 고무보트를 타고 리비아를 떠나 몰타 해역에 닿았다.
하지만 몰타 당국은 이들을 크루즈선으로 옮겨 태웠을 뿐 입항 자체는 거부해왔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분산 수용 의사를 밝힐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도 이유로 들었다. 몰타는 4월 초 코로나19 위기가 해소될 때까지 이주민 보트 입항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주민들은 열악한 생활 환경 속에 한 달 넘게 기약 없이 기다려야 했고 참지 못한 일부 이주민들이 선박 내 주방에 있던 흉기를 찾아내 승무원을 인질로 삼고 가스 실린더를 폭파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폭동 직전 상황까지 치달았다.
해당 승무원은 선상 상황을 당국에 알렸고 당국은 유혈 사태를 우려해 긴급히 입항을 허용했다.
당국은 애초 군 병력을 투입해 이주민들을 제압하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이주민은 물론 승무원들의 안전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실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로버트 아벨라 몰타 총리는 7일 관련 기자회견에서 거친 어조로 EU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EU는 400여명의 이주민이 장기간 해상에 발이 묶여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았다"면서 "우리만 전적으로 (이주민 수용) 부담을 짊어질 순 없다"고 항변했다.
몰타는 그동안 자국으로 들어온 아프리카·중동 출신 이주민의 분산 수용 문제를 놓고 EU와 갈등을 빚어왔으며, 코로나19 사태 속에 갈등 수위도 지속적으로 고조돼왔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