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영장 기각에 삼성 "최악은 면했다…수사심의위 기대"(종합)
불구속에 안도하면서도 기소·영장 재청구 가능성에 불안
구치소 나온 이 부회장 자택 머물며 향후 행보 고민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삼성은 9일 법원이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며 안도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회사 경영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했던 삼성은 "불구속 상태에서 진실을 가릴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고 검찰의 혐의 내용에 대해서도 다툼의 여지가 있는 만큼 당연한 결과"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이날 "법원의 기각 사유는 '기본적 사실관계외에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등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구속 필요성도 없다'는 취지"라며 "향후 검찰수사심의 절차에서 엄정한 심의를 거쳐 수사 계속과 기소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가 16시간여 만인 이날 새벽 귀가한 이 부회장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에 머물면서 향후 검찰 기소 등에 대한 대응 방안과 글로벌 투자 계획 이행 등 후속 행보에 대해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일단 검찰의 기소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이 부회장의 경영 활동에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해 추후 재판을 받게 되더라도 정상에 가까운 업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반도체 2030' 등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 '뉴삼성'을 향한 대국민 약속 이행 등 최근 활발하게 이어온 경영 행보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날 영장 기각에도 불구하고 삼성 입장에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일단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2017년 국정농단 사건 때도 특별검사팀이 1월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2월에 영장을 재청구해 이 부회장을 구속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구속된 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기 전까지 꼬박 1년을 구치소에서 살았다.
다만 이날 이 부회장에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김태한 사장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도 2번이가 기각된 바 있어 검찰이 무리하게 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법원이 '범죄 사실'이 소명된 것이 아니라 '사실 관계'의 소명이라고 표현한 부분을 들어 검찰이 범죄 협의를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하지 않더라도 이 부회장 입장에선 기소가 부담이다.
삼성은 일단 지난 2일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국민이 판단해 달라고 신청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결과에 희망을 걸고 있다. 이 절차를 통해 불기소될 경우 이 부회장은 이번 합병 사건에 대해 혐의가 없음이 인정되는 것이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개최 여부는 오는 11일 열리는 부의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당장 구속은 면했더라도 검찰이 이미 구속 영장을 청구한 이상, 기소를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만약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불기소 권고가 나온다 해도, 검찰이 반드시 이 권고를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닌 만큼 기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 권고가 나올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며 "검찰이 자체 개혁안의 하나로 내놓은 수사심의위원회 결과를 수용할지 여부도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부회장은 남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걸려 있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과 함께 또 하나의 사법 리스크가 존재하는 셈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당장 구속은 면했지만 법적인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재판이 장기화하거나 어느 쪽이든 실형이 선고될 경우 경영 차질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병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도 "삼성이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법적 불확실성은 지속한다고 봐야 한다"며 "글로벌 위기 속에 이 부회장의 행보에도 적잖은 제약이 따를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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