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위안화 국제화…국제결제 비중 1.6% 불과

입력 2020-06-08 15:30
갈 길 먼 위안화 국제화…국제결제 비중 1.6% 불과

경제 2위 위상 비해 초라…'중국 주도' 제2 SWIFT·디지털 위안 등 대응 '분주'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이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오래전에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자리에 올라섰지만 국제 결제 수단으로서의 위안화의 위상은 아직 초라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8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지난 4월 국제 지급 거래에서 위안화 비중은 1.66%로 6위에 그쳤다.

달러가 43.3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가운데 유로(31.46%), 파운드(6.57%), 엔(3.79%), 캐나다 달러(1.79%)가 뒤를 이었다.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진영을 중심으로 위안화 결제를 확대하는 등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 중이지만 최근 2년 사이 뚜렷한 변화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이 아직 본격화하기 전인 2018년 4월 국제 지급 거래에서 위안화 비중은 1.66%였는데 2년 뒤에도 비율이 그대로다.

오히려 이 기간 달러 거래 비중은 39.21%에서 43.37%로 1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중국의 인터넷 경제 매체 난성진스숴(南生今世說)는 "현재 위안화 국제화 지위는 우리나라의 경제·무역 지위와 들어맞지 않는다"며 "위안화가 국제 투자 및 융자와 파생 금융 거래 영역에서 활용되는 정도는 기초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 누리꾼은 이 기사의 댓글에 "위안화를 자유롭게 (외화로) 바꾸지도 못하는데 무슨 국제화냐"고 불만을 떠뜨렸다. 증국 정부는 자국 경제 안정을 위해 다른 나라보다 매우 엄격하게 외환 거래를 규제하는데 이는 실제로 위안화 국제화의 큰 장애물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 미국에 버금가거나 미국을 능가하는 강대국을 꿈꾸는 중국은 장기적으로 달러 중심의 세계 경제 질서에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평가다.

우선 중국은 브릭스(BRICS) 회원국인 중국과 러시아, 인도를 끌어들여 총인구가 30억명에 달하는 SWIFT 대안 결제 시스템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SWIFT는 회원 은행 간의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 조직으로서 세계 200여개국의 1만1천개 금융기관이 가입돼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SWIFT가 미국의 입김에 크게 휘둘린다는 인식이 강하다.

중국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법정 디지털 화폐 도입도 장기적으로는 위안화 국제화를 노린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정부는 비트코인이나 페이스북 리브라 등 '외부 세계'의 가상화폐 질서가 자국에 영향을 주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면서 정부가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법정 디지털 화폐를 대안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디지털 화폐는 이미 거의 개발을 마친 상태로, 당·정 수뇌부의 결심에 따라 언제든 활용되기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은 당장은 자국 안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제한적으로 쓸 예정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무역 결제, 해외 송금 등으로도 용처를 확대할 계획이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벌써 디지털 위안화가 '달러 제국'에 도전하려는 중국의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디지털 위안 사용을 계기로 위안화가 중국과 경제 교류가 활발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여러 국가에서 널리 통용되기가 쉬워질 수 있다.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는 최근 미국 매체 더 와이어와 인터뷰에서 "중국은 가상화폐를 막 내놓았다"며 "당신은 지금 당장 뜨거운 전쟁(hot war)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홍콩 국가보안법을 계기로 미중 갈등이 폭발 지경으로 치달으면서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가 화두로 부상함에 따라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중국은행 수석경제학자인 차오위안정(曹遠征)은 SCMP에 "달러 결제 시스템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노력은 이를 대체할 새로운 국제 금융질서 수립을 재촉하게 될 것"이라면서 "새로운 시스템이 20~30년 안에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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