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정부, 공무원에 "홍콩·중국 모두 위해 일해야"…노조 반발

입력 2020-06-08 11:36
수정 2020-06-08 16:50
홍콩정부, 공무원에 "홍콩·중국 모두 위해 일해야"…노조 반발

총파업 투표 예고 속 '공무원 충성맹세 필요' 주장에 "진지하게 대응"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을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홍콩 정부가 공무원들을 향해 "홍콩과 중국 모두를 위해 일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8일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패트릭 닙 공무원사무장관은 전날 친중정당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 주최의 원탁회의에 참석해 공무원들에게 "홍콩의 공무원이자, 중국 공무원 시스템의 일원"이라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닙 장관은 이어 "공무원들의 국가 정체성과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에 대한 이해를 강화할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SCMP는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뒤 홍콩 정부가 이러한 방식으로 18만명에 이르는 공무원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것은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닙 장관은 또 공무원이 내각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을 일축하면서 "정치적 중립은 어느 편에 서지 않는 게 아니다.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것은 공무원의 책임"이라면서 "정책을 잘 집행할 수 있을 때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일보에 따르면 닙 장관은 일각에서 나오는 '공무원 충성맹세 선언' 주장에 대해 "만약 선서나 서명을 해야한다면 우리는 그러한 요구를 진지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발언은 홍콩 노동계와 학생단체가 홍콩보안법 강행 움직임에 반발해 총파업과 동맹휴학을 추진하는 가운데 나왔다.

'200만 삼파(三罷) 노조연합전선'은 14일 총파업 실시 여부를 묻는 조합원 투표를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들은 6만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 60% 이상이 찬성하면 사흘간 1단계 총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파업에는 23개 노조가 찬성 의사를 밝혔고, 여기에는 조합원 3천200여 명의 신(新)공무원노조도 있다.

신공무원노조 측은 닙 장관의 발언에 "기본법상으로 공무원은 직무에 전념해야 하고, 중앙정부가 아닌 홍콩 정부에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두 역할 사이에 충돌이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정부가 설명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홍콩 공무원 노동조합 연합회 측은 "중국 정부의 요구를 충족해야 한다는 뜻인지, 홍콩에서 근무 시 중국 원칙을 적용하는 것을 배워야 하는지, 정부가 해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콩 정부는 또 노조의 파업 경고에 굴복하거나 입장을 바꾸지 않겠다는 강력한 비판 성명도 냈고, 매튜 청(張建宗) 정무부총리는 시민단체가 학생들을 상대로 홍콩보안법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는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반 초이 홍콩중문대 교수는 "(일부) 공무원들이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던 만큼, 중앙정부가 홍콩정부에 공무원 지배력을 강화하도록 압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일보는 지난해 6월 시위 발생 이후 40명 넘는 공무원이 불법집회 참여 혐의 등으로 체포된 바 있다고 전한 바 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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