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사망·강경대응으로 美외교관들 해외서 인권촉구에 어려움"

입력 2020-06-08 01:45
수정 2020-06-08 16:43
"흑인사망·강경대응으로 美외교관들 해외서 인권촉구에 어려움"

NYT "미국 도덕적 권위에 의문, 독재자들에 대한 비판 약화"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백인 경찰관에 의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과 이에 항의하는 시위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압적 대응으로 미국의 외교관들이 해외에서 인권 개선과 민주주의, 법치를 요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경찰의 폭력과 트럼프 대통령의 시위 진압을 위한 군(軍) 투입 위협 등이 해외 독재자들에 대한 미국의 비판을 약화하고 미국의 '도덕적 권위'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미국의 직업 외교관들은 플로이드 사망과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에 대해 사적 대화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분노를 표시했다고 NYT는 설명했다.

지난달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 데릭 쇼빈(44)이 무릎으로 플로이드(46)의 목을 8분 46초 동안이나 짓눌러 사망케 함으로써 미 전역에서 항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고, 경찰이 진압봉과 최루탄 등으로 일부 폭력적 진압에 나서면서 비난을 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때 연방군 투입을 위협해왔으며, 지난 1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인근의 세인트존스 교회를 찾아 성경을 손에 든 채 사진 촬영을 한 '이벤트성 행보'를 하기에 앞서 백악관 뒤편 라파예트 공원에서 평화적 시위를 벌이던 시위대를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강제해산, 논란을 빚었다.

미국외교관협회(AFSA)를 이끄는 에릭 루빈은 내부 서한을 통해 "전 세계에 미국을 설명하는 것이 외교관으로서 우리의 임무"라면서 "우리는 늘 모범으로 삼을 가치가 있는 것으로서 우리의 스토리(얘기)를 설명해왔다"고 말했다. 불가리아 대사를 지낸 그는 "이번 주 우리는 한 국가로서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상기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NYT는 플로이드 사망과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중국과 러시아, 이란, 북한을 포함한 적대적 정부들에 강력한 선전 도구를 제공해줬다고 지적했다.

실제 홍콩 문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책임 등을 놓고 미국과 갈등을 빚는 중국의 언론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미국에 대한 비판 소재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우방국인 영국과 프랑스, 독일, 덴마크 등에서도 항의 시위가 잇따랐다.

영국에서는 160명 이상의 의원들이 미국에 대한 시위 진압 장비와 최루탄, 고무탄 등의 수출 금지를 촉구했다.

전직 외교관 출신이자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국장을 지낸 브렛 브루엔은 "이런 상황은 미국의 외교에 완전히 치명적"이라면서 "미국의 외교관들은 해외에서 '최고사령관(트럼프)에 의한 경멸적 언사를 옹호할 수 있을지' 등 많은 어려운 질문과 씨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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