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운명의 날'…초조한 삼성그룹 경영진(종합)

입력 2020-06-08 15:40
수정 2020-06-08 17:09
이재용 '운명의 날'…초조한 삼성그룹 경영진(종합)

구속되면 또 '총수 부재'…경영 공백 우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김영신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의혹으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8일 법원에 출석하면서 삼성그룹에는 위기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삼성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중 무역갈등, 한일 갈등 등 대외 악재가 산적한 가운데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총수 부재'로 각종 사업·투자 등 경영이 사실상 멈출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이날 굳은 표정으로 마스크를 쓴 채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보인 이 부회장은 합병 관여 여부나 현재 심경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변하지 않고 곧바로 법정으로 항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함께 영장이 청구된 최지성 옛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과 함께 법원의 구속심사를 받고 있다.

삼성의 정현호 사업지원TF 사장 등 경영진들은 서울 서초사옥과 수원본사 등 각자 사무실에서 대기하며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고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계열사 합병·분식회계를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에게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이 같은 검찰 판단을 정면 반박하며 구속 사유가 없다고 적극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수사 과정에서도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회계와 관련해서 금융당국과 법원에서도 판단이 엇갈렸던 만큼 검찰이 제기한 혐의가 성립되지 않으며, 절차상 위법이 없다는 게 삼성 측 입장이다.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총수로서 도주할 우려가 없고 주거지가 일정하므로 구속 사유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돼 1년간 수감생활을 하다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이 부회장이 이번에 또 구속되면 삼성은 2년 4개월 만에 총수 공백 상태를 맞이하게 된다.

삼성은 검찰이 지난 4일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후 최근 사흘 연속(5일∼7일) 입장문을 내며 경영권 승계가 불법이라는 의혹을 적극 방어하는 총력전을 폈다.

전날에는 의혹 해명과 함께 "삼성이 위기다. 경영이 정상화돼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달라"는 호소문까지 발표했다.

삼성 임직원들은 이날 밤늦게나 9일 새벽에 나올 구속심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 이 부회장 구속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사원들도 익명 게시판에서 이 부회장 구속 여부와 향후 회사 경영에 관해 토론을 하며 큰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 부회장은 기소가 타당한지 다퉈보겠다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한 상태다. 삼성은 구속 심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법원과 수사심의위 등 사법적 판단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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