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야기한 '멕시코판 플로이드' 사건 관련 경찰 3명 체포

입력 2020-06-06 07:07
수정 2020-06-09 16:27
분노 야기한 '멕시코판 플로이드' 사건 관련 경찰 3명 체포

숨진 30세 남성 조바니 체포 영상 공개된 후 격렬한 시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에서 한 남성이 경찰에 체포된 직후 구타당해 사망한 이른바 '멕시코판 플로이드' 사건과 관련해 경찰 3명이 뒤늦게 체포됐다.

헤라르도 솔리스 멕시코 할리스코주 검찰총장은 5일(현지시간) 지난달 초 발생한 조바니 로페스(30)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지역 경찰서장을 포함해 경찰관 3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설업 노동자인 로페스는 지난 4일 경찰에 체포된 후 이튿날 외상성 뇌손상으로 숨졌다.

유족들이 뒤늦게 공개한 체포 당시 영상엔 여러 명의 경찰이 로페스를 거칠게 제압해 경찰차에 태우는 모습과 주변 사람들이 "마스크를 안 썼다고 체포하는 것이냐"고 항의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로페스가 숨지고 한 달이 지나도록 그 누구도 징계를 받거나 기소되지 않았다. 당국은 그가 마스크를 쓰지 않아 체포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도 정확한 체포 사유도 밝히지 않았다.



영상이 공개된 뒤 멕시코에서는 온·오프라인에서 과도한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경찰 무릎에 목이 눌려 사망한 미국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건과도 비교됐다.

전날 할리스코주의 주도 과달라하라에서는 수백여 명이 격렬한 시위를 벌여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성난 시위대가 경찰 차량에 불을 붙이고 정부 청사 건물을 공격하면서 28명이 연행되고 6명의 경찰이 부상했다고 당국은 밝혔다.

이날 수도 멕시코시티에 있는 할리스코 주정부 대표사무소와 미국대사관 주변에서도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로페스 사건에 유감을 표하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에 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도 이날 로페스 사건을 규탄하며 "경찰에 붙잡힌 상황에서 사망한 것은 당국의 무력 남용과 만연한 고문을 보여주는 심각한 징후"라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과는 정치적 대립 관계인 엔리케 알파로 할리스코 주지사는 로페스의 잔혹한 죽음에 자신도 분노했다면서도, "그가 마스크를 안 써 살해당했다는 것은 더 많은 분노를 일으키려는 정치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거짓말"이라며 연방정부의 시위 배후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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