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플로이드 사망 그후…가해자 단죄는 또다른 불씨
시위 진정세 속 추모 속으로…혐의 적용·배심원 판단 등 변수 남아
향후 재판 과정과 결론 주목…'정의의 실현' 쉽지 않을 수도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지난달 25일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 데릭 쇼빈의 무릎에 목을 짓눌려 숨진 이후 미국 전역이 몸살을 앓고 있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시작된 항의 시위는 전국으로 번졌고 격화했던 시위가 진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그의 영면을 기원하는 추모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가해자들의 재판도 시작됐다.
이번 사태의 바탕엔 백인 경찰의 과잉 제압으로 흑인이 숨졌다는 인종 차별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점에서 1992년 '로드니 킹 사건' 등 과거 사례와 비교된다.
로드니 킹 사건은 4명의 백인 경찰에게 흑인 운전자 로드니 킹이 무자비하게 구타당했지만, 경관들이 무죄 판결을 받은 데 분노한 흑인들이 폭동을 일으킨 일이다.
이후에도 유사 사건은 잇따랐다.
근래 2014년 8월에는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백인 경관 대런 윌슨이 흑인 마이클 브라운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하자 이에 항의하는 '퍼거슨 사태'가 터졌다. 그러나 윌슨은 기소도 되지 않았다.
2018년엔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서 경찰 2명이 흑인 청년을 오인 사살해 대규모 시위를 촉발했지만, 이들도 처벌받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이번 사건 가해자들의 처벌 문제도 관심을 끈다.
당초 쇼빈은 3급 살인(murder)과 2급 상해치사(우발적 살인·manslaughter) 혐의로 기소됐다. 현장에 있던 동료 3명은 기소되지 않았다.
그러나 여론의 거센 반발에 검찰은 쇼빈에게 2급 살인 혐의를 추가하고 동료들도 2급 살인 공모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유족들은 최초 기소 당시 강력히 반발하며 "1급 살인 혐의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쇼빈에게 더 무거운 죄인 2급 살인 혐의가 적용되고 4명 모두 기소되자 유족은 "만족한다"면서도 여전히 쇼빈에게 1급 살인 혐의가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형법상 범죄는 중범죄와 경범죄로 분류된다.
연방법과 대부분의 주법상 중범죄는 사형 또는 1년 이상 징역형에 처한다. 경범죄는 징역 1년 미만이다.
중범죄는 사형이나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1급과 그보다 처벌 수위가 낮은 2, 3급으로 나뉜다.
형사법에선 고의범 처벌이 원칙이며 과실범은 부수적인 처벌 대상이다. 따라서 처벌을 위해선 범죄 의도가 중요하다.
살인도 사전 계획한 때, 방화·강도 등 특정 중범죄 도중 살해한 때, 고문해 숨지게 한 때 등은 1급이 된다. 그 밖의 범죄 중 이뤄진 살인은 2급 혐의다.
상당수 지역은 1, 2급만 나누지만, 미네소타는 3급 살인까지 있다. 생명 존중 없이 위험한 행동으로 살인한 경우다. 다만 의도는 고려하지 않는다.
통상 의도하지 않은 살해엔 상해치사 혐의가 적용된다. 흥분 상태의 살인, 자동차에 의한 사망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에 유족의 1급 살인 주장은 플로이드를 8분 46초나 짓누른 쇼빈의 살해 의도를 지적한 점에서 당국과 차이가 있다.
미국 형사재판은 배심원이 유·무죄를 평가하는 점도 변수다. 특히 흑백 갈등과 관련해선 배심원 인종 구성이나 성향에 따라 예상 못 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유족이나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가 요구하는 '정의의 실현'이 쉽지 않은 이유다.
이처럼 혐의 적용이나 배심원 평결 등을 둘러싼 사태 악화의 불씨는 여전해 향후 재판 과정과 결론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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