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투입하자' 기고 실은 NYT에 역풍…"기준에 안 맞아" 사과(종합)
내부서 "수치스럽다"…거센 비판에 "편집 서두르다가 그랬다" 해명
(뉴욕·서울=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이재영 기자 = 미국 공화당 소속 톰 코튼(아칸소) 상원의원이 백인 경찰관에 의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사건과 관련한 일부 폭력시위와 약탈행위에 대해 군(軍) 투입을 주장하는 기고문을 뉴욕타임스(NYT)에 실어 신문사 내부에서도 반발이 일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이후 NYT는 "기준에 맞지 않은 기고문이 보도됐다"며 하루 만인 4일(현지시간) 사과했다.
코튼 의원은 3일 NYT에 '군을 투입해 질서를 회복해야 한다'는 기고문을 실었다.
코튼 의원은 일부에서 빚어진 약탈 행위를 지적하는 한편, 경찰에 맞서 폭력을 행사한 시위대를 '폭도'(mob)라고 지칭했다.
코튼 의원은 "평화적으로 시위를 하는 다수와 (폭력을 행사하는) 악한(惡漢) 무리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면서 "범죄자들은 단지 약탈을 하고 파괴를 즐기기 위해서 나왔다"고 지적했다.
코튼 의원은 "거리의 질서를 회복하는 길은 범법자들을 해산하고 체포하고 저지하기 위한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폭동진압법'은 대통령에게 군(軍)을 동원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폭동진압법을 발동해 연방군 투입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코튼 의원의 기고문으로 NYT가 내부를 포함한 언론인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NYT도 별도의 기사를 통해 코튼 의원의 기고문이 온라인에서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면서 퓰리처상 수상자를 포함한 내부 직원들도 비판했다고 전했다.
과거 퓰리처상을 받았던 NYT의 니콜 한나 존스 기자는 트위터를 통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지만, 무엇인가 말을 하지 않으면 부도덕할 것"이라면서 "흑인 여성으로서, 언론인으로서, 미국인으로서 코튼 의원의 기고문 게재는 매우 수치스럽다"고 비판했다.
NYT 기자 노조인 '뉴스길드 오브 뉴욕'은 성명을 통해 "코튼 의원의 기고문은 증오를 부추긴다"면서 "언론은 맥락과 주의 없이 권력의 목소리를 증폭시킬 것이 아니라 권력에 대한 책임을 추궁할 책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NYT의 사설 담당 편집자인 제임스 베넷은 "많은 독자가 코튼 의원의 주장이 고통스럽고 심지어 위험스럽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공개적인 검증과 토론이 필요한 이유"라면서 "오피니언 면은 독자들에게, 특히 정책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반론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NYT는 비판이 계속되자 4일 밤늦게 성명을 내고 "기고문과 기고문이 신문에 실린 경위를 조사한 결과 편집과정에서 서두르다가 우리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기고문이 신문에 게재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기고문 수를 줄이고 팩트체킹 조직을 확대하는 등 장단기 개선책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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