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생사 속 작별인사 "엄마, 그동안 자주 못가서 미안해"

입력 2020-06-05 06:33
코로나19 생사 속 작별인사 "엄마, 그동안 자주 못가서 미안해"

코로나19 최전선 지킨 간호사가 전해주는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 코로나19 임종을 앞둔 엄마와 통화 기회를 얻은 딸. 수화기 너머에서 "엄마, 그동안 일이 바빠 자주 보러 못 가서 미안해. 엄마 퇴원만 하면 우리 집 앞에 바다도 보러 가고 엄마 좋아하는 음식도 먹으러 가자. 그동안 엄마 외롭게 해서 정말 미안해. 엄마, 엄마, 내가 많이 사랑해"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최전선을 지키는 간호사들의 이야기가 5일 대한간호협회의 '코로나19 현장스토리 공모전'을 통해 소개됐다. 공모전에 참여한 간호사들은 현장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다시 국가적 재난 상황이 발생한다면 언제든 현장으로 달려가겠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근무한 신혜민(30) 간호사는 지난해 3월 호흡기내과병동에 입사한 신참이다. 올해 2월부터 코로나19 치료 병동에서 근무하다 함께 일하던 선배 간호사의 확진으로 자가격리를 하기도 했다.

신 간호사는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은 사례로 임종을 앞둔 할머니를 꼽았다. 코로나19는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특성상 가족들이 곁에서 임종을 지키기가 어렵다.

신 간호사는 임종을 앞둔 환자가 스피커폰으로 환자와 통화를 하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딸이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자 환자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신 간호사는 환자가 눈을 '초승달처럼' 휘면서 웃고 있었다고 표현했다.

환자는 신 간호사가 병실에서 들었던 어떤 음성보다도 더 크게 "나도 많이 사랑해"라고 응답했다. 신 간호사가 지켜본 환자와 딸의 작별이었다.

신 간호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요양보호사를 통해 집에서 감염된 할머니 환자셨는데, 40∼50대 정도 되는 중년의 큰 따님 울먹이는 목소리에서 못다 한 효도에 대한 죄책감이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그는 "삶이 바쁘다 보면 의도치 않게 부모님을 자주 못 뵙고 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느냐"며 "저도 코로나19 유행 후 부모님을 한 번도 못 뵙다 보니 엄마 생각이 많이 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쏟아지는 업무로 지친 와중에 음압병실에 격리된 환자들의 사소한 요청까지 이어지면서 섭섭한 마음도 잠시 들었다고 한다. 음압병실에서 나오려는 환자부터 시작해서 '물을 가져다 달라', '주사 맞은 부위 좀 다시 봐달라' '오렌지 좀 가져다 달라' 등 요청도 각양각색이었다.

신 간호사는 이 중에서 하루에 셀 수 없을 만큼의 '콜벨'을 눌러 간호사들을 힘들게 했던 환자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입원 후에 컴플레인이 많은 환자였는데 하루는 병실에서 '나 집에 못 가는 거 아니냐'면서 울고 계시더라"며 "수차례 검사에서 계속 양성이 나오면서 불안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서럽게 우는 아주머니를 통해 어쩌면 가장 두려운 사람은 환자 자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날 이후 환자에 더 많은 감정적 지지를 제공하고자 노력했던 것 같다. 간호사로서 조금 더 성장한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신 간호사는 간호협회의 코로나19 현장스토리 공모전에서 질병관리본부장상을 받았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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