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부는 '노점상 바람'…고용·소비 진작 위해 권장

입력 2020-06-04 16:02
중국에 부는 '노점상 바람'…고용·소비 진작 위해 권장

코로나19 경제 충격 극복책 일환으로 '노점 경제' 활성화

'만능 장사 트럭' 내놓은 자동차회사 주가 폭등하기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에 돌연 '노점상 바람'이 뜨겁게 불고 있다.

중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큰 타격을 받은 가운데 고용과 소비 진작을 위해 중국 정부가 그간 단속 대상이던 노점 영업을 거꾸로 권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은 4일 "최근 '노점 경제'라는 말이 돌연 핫 키워드가 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많은 중저 소득 계층이 창업을 통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경제 수장인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지난 1일 산둥성 시찰 중 노점상을 찾아간 것을 계기로 중국에서 노점 경제가 급부상했다.

리 총리는 옌타이(煙台) 주택가의 노점상을 찾아가 "노점 경제는 중요한 일자리원으로서 중국 경제의 생기"라고 각별한 의의를 부여했다.

리 총리의 이런 행보는 중앙정부가 그간 단속과 정리의 대상이던 노점상의 영업에 전면적으로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새 정책 방향을 공식화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사실 중국의 여러 도시가 이미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노점 경제 활성화에 나선 상황이었는데 중앙 정부가 이를 국가 시책으로 확대한 것이다.

중국에서 노점 경제를 가장 먼저 활성화한 '모범 도시'는 쓰촨성의 중심 도시인 청두(成都)다.

청두시는 3월부터 노점 영업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나섰는데 이후 1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후 충칭(重慶), 상하이(上海), 정저우(鄭州), 우한(武漢), 칭다오(靑島) 등 중국의 여러 도시가 노점 단속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나섰다.

충칭시는 1만㎡의 영업 공간을 마련해 노점상들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최근 중국 인터넷에서는 무자비한 단속으로 악명 높던 도시관리 공무원인 '청관'(城管)들이 노점상들에게 먼저 연락을 해 친절하게 장사 장소를 안내해줬다는 상인의 글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만능 장사 트럭' 출시를 예고한 중국 자동차 업체 우링(五菱) 주가가 전날 장중 120% 폭등한 사건은 중국에서 노점 경제가 얼마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지를 보여준 장면이다.



중국 당국이 노점 활성화에 나선 것은 노점이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이들에게 생계를 제공하고 시민들의 소비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으로 중국 역시 심각한 고용 문제에 부닥쳤다.

최근 산업생산 등 일부 지표가 미약한 개선세를 보이지만 민생 안정의 핵심 지표인 도시 실업률은 6.0%로 사상 최고치 근처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중국의 공식 실업률에는 취약 계층인 농민공(農民工)의 고용 동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중국은 최근 폐막한 올해 전국인민대표대회 전체회의에서 사상 처음으로 경제성장률 목표를 제시하지 못했다. 국제기관들은 대체로 중국이 올해 기껏해야 1%대 초반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은 올해 도시 실업률 목표와 도시 신규 취업자 목표를 작년보다 후퇴한 6.0%, 900만명으로 잡았는데 이는 중국 당국 역시 올해 고용 안정 유지가 녹록지 않은 상황임을 잘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경제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고용 안정과 기본 민생 보장을 제시했다.

코로나19 충격에 이어 미국과의 갈등 격화라는 대외 불확실성에 휩싸인 가운데 중국은 내수 확대를 통한 경기 회복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투자나 생산 관련 지표와 달리 소비 지표 회복이 가장 더딘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새로운 방침을 제시하자 관영 언론은 노점 경제가 중국 경제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는 식의 거창한 선전에 나서는 분위기다.

하지만 노점 활성화 정책이 중·저 소득 계층의 생계난을 어느 정도 해결해 줄 수는 있겠지만 커다란 경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현실적 평가도 나온다.

양천위(楊震宇) 중위안증권 애널리스트는 차이신에 "완화된 정책이 수요와 공급 양측을 모두 증가시킬 것"이라면서도 "노점 경제는 단지 거시경제 문제 해결의 수많은 수단 중 하나일 뿐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맹목적으로 따라붙으려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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